[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27일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통해 “그간 최근의 일과 관련해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관해, 그리고 특히 공인으로서 다해야 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지난 2월 17일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며 소통, 공직기강 확립, 부패척결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큰 희망을 갖고 시작했다.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가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날 이임식 사회는 역대 첫 여성 의정관인 행정자치부 김혜영 의정관이 맡았다. 임명 당시 주목을 받았던 김 의정관은 첫 행사로 총리 이임식을 주관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임식 시작을 7분 정도 앞둔 이날 오후 6시3분께 각 부처 장·차관들이 입장했다. 반면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지휘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국무회의 참석 문제로 이 총리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 총리 입장과 거의 동시에 식장으로 들어와 착석했다.
이 총리가 입장하자 행사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전원 기립박수를 쳤다.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후에 이 총리 이임사가 이어졌다.
이 총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이임사를 읽어 내렸다. 짤막한 이임사 후 이 총리는 연단 위에 서서 장·차관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 총리는 장관들과 악수를 나눌 때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엷은 웃음을 띠는 등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촬영을 마친 이 총리는 장관들의 호위 속에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본관을 잇는 통로, 일명 구름다리를 통해 청사 본관으로 도보로 이동했다. 본관 1층 로비를 통과한 이 총리는 본관 출입구 앞 계단에 도열해있던 총리실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이 총리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직원들을 향해 뒤돌아서서 오른손을 들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직원들이 격려의 박수를 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이 총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차량이 도착해 문이 열렸지만 그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듯 한동안 직원들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일부 직원들도 그런 이 총리를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웠다. 황교안 장관 역시 떠나는 이 총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착잡한 표정을 지은 뒤 곧 청사를 빠져나갔다.
◆다음은 이완구 국무총리 이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께 작별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도와 열과 성을 다해 주신 공직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난 2월 17일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며 소통, 공직기강 확립, 부패척결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큰 희망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가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저는 그간 최근의 일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관하여, 그리고 특히 공인으로서 다해야 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습니다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며, 공직자 여러분 모두의 행운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