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행진과 추모 문화제는 우려와 달리 경찰과 행사 참가자들간 충돌 없이 종료됐다.
25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유족 모임인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주축인 '4월16일 약속의 연대(4·16연대)' 주최로 '세월호 2차 범국민행동'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추모 문화제에 앞서 오후 3시부터 홍대정문 앞을 비롯해 ▲용산역 ▲성신여대입구역 ▲청량리역 등 4곳에서 개별 집회를 갖고 추모 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행진에는 출발장소 별로 적게는 180여명(이하 경찰 추산)에서 많게는 400여명의 유가족과 종교단체, 대학생과 시민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색의 풍선과 손수건, 우산 등을 들고 한개 차로를 이용해 서울광장을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을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은 계속 늘어 광화문 광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참가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추모문화제에는 주최측 추산 5000명(경찰 추산 2300명)이 참여했다. 세종대왕 동상 앞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시민들로 가득찼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도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는 문화행사, 참가자와 유가족 대표 발언, 노동단체 지지발언, 율동과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오늘 추모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마음에 품고 온 국화꽃 한송이가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아이들의 슬픔과 분노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5월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행령을 폐기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도록 답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시행령 폐기 지지하기로 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지지발언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온국민이 의지를 모았으나 정부는 조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시행령으로 우롱하고 있다"면서 "세월호 유가족 부모들과 연대하기로 했다. 시행령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1박2일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용인에서 온 한 학부모는 "1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 걱정했는데 더욱 뜨거워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세월호 가족들은 아름다워지고, 지혜로워지고, 진실속에 빛이 나고 있는데 반해 진실을 숨기려는 사람들은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모문화제는 참가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한 뒤, 촛불을 나눠 켜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세종대왕 동상 뒤로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에 경찰 병력이 증원됐다. 병력들이 보호장구류를 갖춰 입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충돌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행사는 5월1일 있을 집회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종료 후에도 시민들은 별다른 단체 행동 없이 광장을 떠났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 대비해 67개부대 5400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 이후 논란이 됐던 차벽은 설치하지 않았다. 당초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차벽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경찰은 또 행진 시작부터 종료까지 행진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 통제 요원을 투입했다.
앞서 전날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해 1박2일 연가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노숙한 뒤 오전 10시부터 서울시내 10여 곳에서 '4·24 연가투쟁'을 소개하는 실천운동을 진행했다. 이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2.8㎞ 가량을 행진한 뒤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대중한마당'에 참가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속 5000여명도 오후 1시부터 서울역에서 소공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1.5㎞ 가량을 차로로 행진해 서울광장에 집결, 전교조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