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수행비서 이모씨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번 수사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씨가 성 전 회장을 오랜 기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만큼, 이씨의 진술에 따라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성 전 회장과 홍 지사 사이에서 '전달자'로 지목된 또 다른 측근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역시 곧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의 진술이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경남기업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이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과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모 부사장 등 경남기업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는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씨 등 핵심 참고인 3명이 고인이 된 성 전 회장을 대신해 금품 전달 여부와 경위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통해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고 언급한 만큼, 이씨가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특히 수사팀은 이씨가 오랜 기간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이씨는 성 전 회장과 가족 이상으로 가까웠다고 한다. 이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성 전 회장이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보좌관을 지냈고,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에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이틀 전 윤 전 부사장을 만나 금품 전달 여부를 재확인한 자리에 이씨를 데려간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신뢰관계 때문으로 판단된다.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 이후 정치권 유력 인사들을 접촉해 구명 요청을 했던 자리에도 늘 이씨를 대동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사팀은 이씨가 성 전 회장의 일정이나 동선 등을 꼼꼼하게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밀장부나 일기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작성·보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 등 핵심 참고인들의 구체적인 진술에 더해 물증까지 나올 경우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1993년 박철언 의원 등 당시 6공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를 파헤쳤던 일명 '모래시계' 검사는 20여년만에 불법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