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해외 자원개발 비리에 연루 된 의혹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오전 유서를 쓰고 돌연 잠적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돼 있던 터라 성 전 회장의 잠적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경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유서를 쓰고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유서를 발견한 성 전 회장의 아들이 오전 8시12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의 통신 추적 결과 종로구 평창동에서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다. 또 평창파출소 뒷산으로 올라가는 성 전 회장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확인됐다.
경찰은 방범순찰대와 기동타격대 13개 중대와 실종수사팀 등 경력 1000여명을 투입해 평창동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대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자회견 당시 성 전 회장은 “성공불융자금 집행은 '선집행 후정산' 방식이어서 사적 유용은 있을 수가 없다”며 정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유서를 남기고 돌연 잠적한 것은 기자회견 이후에도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성 전 회장은 특히 자신이 'MB맨'으로 불리는 데 억울하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만 더욱 부각됐다.
또 성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돌파 승부수를 띄우려는 모습이 오히려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거기다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것과는 달리 검찰 수사가 잘못됐음을 입증할 만한 카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석유공사에서 받은 성공불융자금 330억원과 광물자원공사에서 받은 일반융자금 13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인과 자녀들이 소유한 개인기업들을 동원해 공금을 횡령한 혐의와 정부 융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 수사에 정점에 있는 성 전 회장이 돌연 잠적하면서 검찰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