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30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에 또 다른 압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배럴당 1.6% 감소한 48.68달러,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55.93달러를 기록하며 55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두바이 현물 유가는 전일보다 배럴당 2.42달러 급락한 53.95달러에 거래가 형성됐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국과 독일) 외무장관들이 스위스 로잔에 일제히 집결하면서 협상 타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 때문이다.
당초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에 근접하면 영국과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대표들이 합류할 계획이었다.
이란과 협상 중인 주요 6개국은 잠정적인 최종 협상 시한을 오는 6월30일로 잡고 있지만 이달 안에 협상의 기본 틀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아직 2~3개 부문에서 쟁점이 남았지만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합의안이 실행 가능하고 이란이 협조한다면 시한 내에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에서 원유 리서치 글로벌 총괄을 맡고 있는 마이클 위트너는 "오는 31일까지 협상이 이뤄질 확률은 70%라고 본다"고 전망했고, 시티은행은 "포괄적인 협상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이란은 현재 수출 목적으로 약 3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핵협상 타결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 지난 2012년 수준인 하루 평균 250만 배럴 가량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최근 일일 산유량은 270만 배럴이지만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2011년에는 400만 배럴이 넘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제재가 해제되면 몇 개월 안에 산유량을 하루 100만 배럴 늘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추가 하락이 점쳐지고 있는 것.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자국의 원유 저장량이 지난 80년 래 최고치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석유 재고 조사업체 젠스케이프는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는 커싱의 원유저장고가 한계치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이 당장 산유량을 늘리지 않아도 원유 재고를 풀면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최대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란 정부는 이번 핵협상에서 의견일치를 보면 유엔 차원에서 가해진 모든 제재가 해제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측은 일괄 해제가 아닌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제재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