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호주 이민 당국의 불찰로 지난해 11월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세계 정상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호주 이민국경보호부 직원이 실수로 호주 아시안컵 조직위원회의 직원에게 지난해 G20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정상들의 여권 번호, 비자 정보 등 개인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상정보가 유출된 정상은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G20 모든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다.
호주 이민국경보호부 비자업무 담당국장이 지난해 11월7일 호주 개인정보보호담당위원회 소속 위원에게 정보 유출 관련 조언을 구한 내용이 담긴 긴급 이메일이 호주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비자 업무 담당국장은 이 이메일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대통령, 총리 등 31명의 성명, 생년월일, 직위, 여권 번호, 비자 번호, 비자 종류 등"이라며 “이번 정보 유출은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인 아웃룩에서 자동 완성 기능에 입력된 보내는 사람들이 맞는지 확인하지 못해 생긴 개인의 실수일 뿐 조직적 차원의 실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상들의 신상정보가 공용 도메인에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며 “그 외 개인 식별자는 없어 이번 정보 유출의 위험은 매우 제한적이다. 허가받지 않은 수신자는 관련 항목 폴더를 비워 해당 이메일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 아시안컵 조직위가 이메일을 열어보거나 복원하거나 자체 시스템 어느 곳에 저장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당시 세계 정상들에게 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이메일에서 “이번 정보 유출의 위험이 매우 낮고 이메일의 유포 범위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보 유출 사실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가디언은 영국, 독일, 프랑스는 신상정보가 유출된 개인에게 이를 알려야 하는 정보 유출 고지법을 시행하고 있어 비자 업무 담당국장의 이 제안이 일부 세계 정상들의 해당 국가에 정보보호 관련법과 일치하지 않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호주 이민부가 각국 정상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피터 더턴 호주 이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호주 이민부는 지난해 2월에도 망명 신청자 등 억류자 1만 여명의 개인정보를 웹사이트에 유출해 비난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