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재미 한인 사업가가 고안한 '만지는 시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D섹션 2면에 한인 사업가 김형수씨(이원타임 대표)가 고안한 시각장애인용 만지는 시계를 소개했다.
브래들리(Bradley) 시계로 명명된 이 제품은 일반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으로 시계 앞면과 측면에 동그랗게 파인 홈을 회전하는 두 개의 볼 베어링(쇠구슬)이 시침과 분침 역할을 맡고 있다. 쇠구슬은 시계에 내장된 자석에 의해 작동된다.
브래들리라는 이름은 2011년 아프간 복무 중 폭발물 공격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이듬해 런던 장애인올림픽 수영에서 금 2개, 은1개를 획득한 브래들리 스나이더 중위의 이름을 딴 것이다.
김형수 대표가 브래들리 시계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MIT 재학 시절이다. 시각장애인 친구가 수업 도중 장애인용 '말하는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자꾸 시간을 물어보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시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원타임(EONE Time)을 창업하고 그가 처음 개발한 것은 1분 단위로 점자가 표시된 시계였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너무 크고 재질과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장애인들도 시계의 실용성과 함께 모양 컬러 등 디자인을 신경쓴다는 것을 깨닫고 만지는 시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문제는 개발 비용이었다. 갖고 있던 돈이 떨어지자 그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킥 스타터에 만지는 시계의 취지를 소개하며 네티즌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35일 간 4만 달러를 목표로 한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첫날에만 4만 달러가 모이는 등 총 60만 달러가 답지하는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브래들리 스나이더는 킥스타터 프로젝트의 후원자 중 한 명이었다.
브래들리 시계는 비단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눈으로 보지 않고 시간을 촉감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런던디자인박물관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과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제품'이라는 평가 속에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했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타임스는 만지는 시계의 효시는 16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덮개가 없어서 시침과 분침의 위치를 만지는 방식이었다. 이후 1790년대 후반엔 뒷면에 화살표가 돌아가는 것을 통해 시간을 아는 좀더 정교한 형태의 시계가 만들어졌다.
김 대표의 브래들리 시계를 영구전시품으로 채택한 런던디자인박물관의 올리버 쿡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것은 지난 수세기 동안 진화해 왔다. 브래들리 시계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봐도 좋을만큼 특별하다"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