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4일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 150명의 생명을 앗아간 독일 저가항공사 저먼윙스 항공기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며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 약 8분 간에 걸쳐 3만 피트 이상 고도를 낮추기는 했지만 조종사가 기체를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저먼윙스 4U9525편의 추락 원인을 밝혀내기까지는 수 개월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항공기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프랑스 내무부는 24일 95525편의 2개의 블랙박스 중 음성녹음장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음성녹음장치는 일부 손상됐지만 추락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곧바로 발견된 블랙박스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고 항공기는 이륙 30분 후 3만8000피트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해 레이더에서 사라질 때는 6800피트 상공까지 하강했다. 약 8분 간 3만1200피트나 고도를 낮춘 것으로 분당 3000∼4000피트씩 하강한 것으로 이는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출 때와 비슷한 정도이다.
이때문에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항공기 조종사가 기체에 무엇인가 이상이 생겨 비상착륙을 시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사고기가 왜 하강을 시작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조종사가 여전히 기체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CNN의 항공 분석가 메리 시아보는 말했다. 엔진이 멈춘 것이라면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추락했을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또다른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수시 역시 사고기의 하강 속도에 비춰볼 때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사고기가 통제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강하면서 속도를 유지한 것은 조종사가 문제를 인식하고 하강 속도를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수시는 또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이륙이나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에 비해 이번 사고는 비행 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기는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자 관제소에서 조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종사가 무엇보다 먼저 조난 신호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난 신호를 보내는 것보다는 항공기의 비행을 유지하고 안전한 비상 착륙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사고기가 조난 신호를 보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사고기는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또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사고기가 공중납치당했을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CNN의 항공 분석가 마일스 오브라이언은 지금으로선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날씨 문제 역시 지금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날씨를 사고 원인에서 배제해서는 안 되며 사고기가 하강하면서 조종사의 시계가 불량해졌을 가능성도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CNN의 레스 아벤드 분석가는 말했다.
한편 사고기는 1991년 운항을 시작했으며 에어버스 A320기 중 가장 오래 된 것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종사는 저먼윙스에서만도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