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7일(현지시간)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자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믹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루 장관은 이날 미 의회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국제 신뢰도와 영향력이 신흥세력에 위협받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의회가 개혁을 비준하지 않는다면 중국 등 다른 신흥국들의 영향력은 더 커지는 반면 미국은 국제 규범과 관행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다른 금융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IMF 리더로서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 의회는 개혁안을 승인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루 장관이 언급한 IMF 개혁은 쿼터(출자할당액) 개혁안을 의미한다. IMF 재원을 7200억 달러로 기존 대비 2배 확대하면서 브릭스 등 신흥국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IMF 쿼터 개혁안은 2010년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됐지만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자국의 공여액은 늘어나는 반면 지분율이 떨어져 영향력이 축소된다는 이유를 들어 4년째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주도의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미국의 핵심 우방인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참여 방침을 공개하면서 나왔다.
유럽 국가들 외에 호주도 입장을 바꿔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AIIB의 설립으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머징마켓이 IMF와 세계은행(WB) 대항마를 구축, 선진국 주도의 금융시장 재편 모색에 나선 것도 미국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뤄진 브릭스(BRICS)는 오는 2016년까지 IMF와 세계은행(WB) 대항마 '신개발은행'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흥국은 IMF의 지분율이 낮은 것에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IMF 지분율은 4%에 불과해 지금껏 지분 확대 의사를 표시해왔다.
루 장관은 "새로운 은행은 지배구조와 대출에 요구되는 높은 국제기준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가입을 원하는 국가 누구라도 이러한 문제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AIIB 설립에 대항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본을 포함한 11개 국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