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녹십자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일동제약의 직원들이 직접 시위에 나서며 '생존권 보호'를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 노동조합 10여 명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허일섭 녹십자 회장 자택 앞에서 항의시위를 가졌다. 허 회장 자택은 일동제약 본사와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일동제약 직원들은 '대출받아 기업사냥하는 허일섭은 물러가라'는 내용을 담은 대형 현수막을 들고 약 2주전부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기업 전문 사냥꾼 녹십자 허일섭 회장', '악덕기업 녹십자' 등의 과격한 표현도 하고 있다.
앞서 직원들은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앞에서 국민연금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녹십자의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 건설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녹십자가 국민연금의 공적자금으로 투자를 해결하고 한 편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직원들이 생존권 위협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가했다"며 "일동제약은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동제약은 녹십자를 적대 세력으로 규정했다. 일동제약 측은 지난 9일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녹십자의 주주제안 사항에 대해 동의하고 협력할만한 기본적 신뢰가 없다"고 비난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녹십자가 지분율을 확대할 당시에도 "명분 없는 적대적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동제약의 2대주주 녹십자는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일동제약 측도 2명의 후보를 내세우며 표대결을 예고했다. 일동제약(32.52%)과 녹십자(29.36%)의 지분율 격차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번 주총에서 녹십자의 이사 선임안이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경영 관여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