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07번째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인도에서 여성 폭력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렸음에도 21세 여성이 3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은 인도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북부 도시 루디아나 경찰 당국이 이 도시의 고급 호텔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21세 여성이 이날 오전 1시께 친구 집에서 귀가하던 중 3명의 괴한에 납치돼 폭행 및 집단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남성들은 귀가하는 여성을 길 옆에 주차된 차에 강제로 끌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고, 한 명의 범인은 심지어 "저항하면 2012년 인도 버스 여대생 성폭행 피해자처럼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후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을 인근 도로에 내려놓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SIM 카드까지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뉴델리를 포함해 인도 전역에서 각계각층의 여성과 여성 인권단체는 자전거 시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여성의 인권과 안정이 보장된 사회를 촉구하면서 이날을 기념했다.
인도 국립범죄기록소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여성이 20분마다 1명씩 성폭행을 당할 만큼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은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성폭행을 당한 여성 가운데 40%만이 신고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여성의 날' 특별성명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성범죄 피해 여성의 법적 정서적 지원을 위한 '원스톱 센터' 설립과 긴급 구호 전화 운용 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인도 버스 여대생 성폭행 사건을 주제로 한 다큐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와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 레슬리 우드윈이 공동 제작한 '인도의 딸'은 이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범인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가 이 다큐 영화 방영을 금지하자 인도의 한 방송국이 여성의 날을 맞아 항의의 뜻으로 한 시간 동안 화면과 소리가 없는 침묵 방송을 내보냈다. 인도의 영어 뉴스채널 NDTV는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불이 붙은 램프와 '인도의 딸'이라는 글자만 있는 화면을 소리 없이 방송했다.
한편 인도 북동부에서는 최근 성폭행 용의자를 집단 구타해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이날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북부 나갈랜드주 디마푸르 경찰은 성폭행 용의자 사이드 파리든 칸을 집단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42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수백 명이 집단 소요 사태를 벌인 가운데 이들은 지난 5일 교도소에 수감된 성폭행 용의자를 끌고 나와 옷을 벗기고 때려 숨지게 한 뒤 그 시신을 시계탑에 매달았다.
칸은 19세의 이 지역 부족 여성을 세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