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한·중·일 공동책임 발언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에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외교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여론이 일본의 역사인식과 태도에 더 우호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진보진영 인사에 의해 테러를 당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포럼 '동북아 국제질서 전환기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와 통일외교정책 방향'에 참석해 "현재 한·미동맹은 굳건하지만 실제 워싱턴을 방문해보면 분위기는 일본 쪽으로 편향돼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내부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과 함께 일본의 역사적 퇴행은 인정하지만 일본이 기여하는 전략적 이익이 미국에게는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 내부에서 일본의 외교력과 로비력의 승리"라며 "막대한 자금력과 오래된 인맥을 통해 일본은 한·일관계 악화 탓을 한국쪽으로 돌리고 있으며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아시아지역에서 중국견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중관계가 강화되고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위해 일본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되며 한국의 위상은 워싱턴에서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얼마 전 미 국무부 차관 셔먼의 발언과도 연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급선무는 한·미관계 회복"이라며 "먼저 미국 내부에서 강력한 로비력과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인사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악화된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며 "즉 역사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취해야 하지만 일본과는 미국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략적 소통과 3각공조 강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베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성사될 경우 이에 대해 한국은 미국에게 단호한 불만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역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잘 알고 있으며 일본문제에 대해 한국이 불만의사를 표명할 경우 이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 내에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우리에 비해 객관적으로 우위고 우호적 여론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며 "따라서 일본과 지나친 경쟁구도로 비쳐지지 않게 유의할 필요가 있고 한·일간 소모적 과거사 논쟁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한·일관계가 안 되면 한미관계도 어려워지며 대미 외교전에서 일본의 실패가 한국의 승리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의존하는 한·미동맹도 유사시 일본 내 유엔 후방사를 이용하도록 돼있어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일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최희식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고노담화·무라야마담화의 수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다른 제국과 비슷하게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1965년 한일협정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법적 청산이 끝났다는 입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미국의 입장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미·일동맹 강화 차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실현과 국방력 강화를 환영하고 있으며 헌법 개정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정부의 성실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역사문제에 대한 최소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