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지난 2012년 인도 여대생 집단 성폭행을 다룬 BBC의 다큐멘터리 ‘인도의 딸’에서 인도 유력 인사들도 성폭행범의 적반하장 주장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어 충격을 주는 한편 인도 국민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여대생의 부모, 친한 친구들이 여대생과 나눈 이야기, 여대성의 인정 많은 성격과 그녀의 취업에 대한 부모, 친한 친구들의 생각, 여대성이 어렸을 때 가족사진 등 여대생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으나 사건 당시 버스 운전기사로 여대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해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무케시 싱이 여대생이 성폭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인터뷰를 실어 인도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상세한 내용 외에도 인도 사회의 여성에 대한 전반적 의식을 보여주려 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에서 현지 사법 당국 관계자는 여대생이 성폭행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고 다른 장면에서 전직 뉴델리 주정부 관계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성을 남성보다 하대하는 가부장적 인도 사회를 비난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레슬리 우드윈 감독은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성폭행범들은 인도에서는 정상이고 보통의 평범한 남성”이라고 밝혔다.
이 다큐멘터리는 또한 인도 유력 인사들도 대부분 성폭행범 무케시 싱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줘 충격을 줬다.
성폭행범을 변호하는 한 변호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딸이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면 딸을 불태워 죽였을 것이라고 밝혔고 성폭행범을 변호하는 또 다른 변호사도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꽃이고 아무 데나 두면 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한 정신과 의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200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들이 감옥에 들어가며 이들은 12년밖에 복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폭행범 싱도 이 다큐멘터리에서 성폭행보다 사람을 산 채로 불 태워 살해하는 중범죄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도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변화의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직 부장판사도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개도(開導)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장례용 장작더미가 불타는 장면과 함께 여대생의 아버지가 딸이 세계적으로 성폭행 피해 여성의 상징이 됐다며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도 법원은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고 선동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며 방송 금치 처분을 내렸으나 BBC는 이날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사인 BBC 스토리빌 필름은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는 8일 방영 일정을 앞당겨 전날 방영했다며 방영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