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 가요계 거장들과의 솔직대담 ‘우리대중음악의 큰별들’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가 나오는 날이면 아침 일찍 레코드점 앞에 줄서있던 기억, 세운상가를 뒤져 어렵게 ‘빽판’으로 접했던 짐 모리슨과의
‘소름끼치던’ 만남….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너무도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 그때의 ‘고생’은 불행이었을까 행복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때 우리는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했다는 것이다. 가수의 댄스와 외모가 아닌 ‘노래’에 심취했고, 눈이 아닌 가슴으로 들었다.
방향 상실의 시대, 아직 희망은 있다
한국가요시장이 양적으로 팽창한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으로도 과연 성장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가창력보다는 얼굴과 몸매, 개인기가 ‘먹히는’
시장에서 생산자가 그렇게 몰아갔는지 소비자가 요구한 결과인지 알 수 없으나 200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가 없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지금의 냉각된 음악계에 가슴 아파하며 “나도 이러한데 주체자들은 어떠할까”라는 심정으로 한국 가요사에
한획을 그은 26명의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했다. 신중현 패티김 한대수 양희은 조용필 안치환 신승훈 김건모 윤도현 등, 그들은 ‘거장’답게
현
음악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의견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중현은 “방향감각이 완전 상실된 시기”라고 진단했다. 한국적인 것은 없고 다양성이 거세된 “거짓말 음악이 판치는 시대”라는 것이다.
한대수도 “돈을 적게 들여 많이 벌어들이는 풍토가 만연해 힙합만이 난무한다”고 평하면서 음반사와 아티스트 모두 게을러졌다고 꼬집었다.
이승철은 스타가 되기 위해 음반을 내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으면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세태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이
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한결같이 “아직 희망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에 ‘목숨 걸고’ ‘확고한 뜻’이 있는 후배들이
있는 한 가요계의 앞날은 밝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순한 ‘스타 엿보기’ 아닌 교양자료
‘우리대중음악의 큰별들’은 스타들의 숨겨진 면모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다소 민감한 질문을 콕 찝어 던지고 가수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답변했다.
‘월드컵을 잘 이용해먹었구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윤도현은 “순전히 운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경기여중 경기여고 서강대 사학과를
나와 보통의 아줌마와는 거리가 있는 양희은도 기획적 접근 아니냐는 질문에 “날봐, 아줌마잖아? 내가 아줌만데 뭘 그래”하면서 단박에 응수한다.
가장 짓궂은 질문은 심수봉에게 던진 궁정동 사건에 관한 소문. 촌스럽고 못나서 병풍 뒤에서 얼굴을 가린 채 노래만 했다는 소문은 “그런
못된 루머를 만든 사람은 벌받아야 한다”는 대답으로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저자는 단순히 ‘스타 엿보기’가 아닌 “신세대들에게 하나의 음악자료가 되길” 소망하는 바람으로 인터뷰 내용 외에도 ‘대중음악 연표’를
비롯 명반과 당시 시대상황 등을 수록했다. 26명의 가수와 평론가 임진모 씨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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