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골프 여왕'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골프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는 26일 시작되는 올시즌 자신의 첫 대회인 혼다LPGA타일랜드대회에 앞서 출전 소감과 향후 계획을 24일 밝혔다.
박세리는 은퇴 후 행정가로서의 바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감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소속사 대회인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의 발전상과 메이저대회로의 발전 가능성, 지난 선수생활에 대한 평가 등을 곁들였다.
다음은 박세리 인터뷰 전문이다.
- 올시즌 처음으로 출전을 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지난해 미국 투어 생활 17년 동안 가장 오래 쉰 것 같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회복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상이 없다는 것도 말은 안 되지만, 나름대로 관리를 많이 한 편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족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쨌든 지난해 공백이 긴 탓에 올랜도로 돌아온 다음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어차피 은퇴에 대한 의견도 밝혔으니 이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훈련을 알차게 했다. 그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으니 100% 컨디션이라고 얘기하지 못하겠지만 차근차근 찾을 것이다. 다만 스윙은 확실히 편해지고 좋아져서 기대는 크다."
- 올해는 새로운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한다. 이런 점도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요인일 것 같다.
"계약 조인식 때도 '또 다른 시작'이라고 얘기했는데, 확실히 내게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심리적으로 든든하다. 나를 믿어주는 편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가 기대된다. 기대하시는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
- 내년에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가운데 LPGA 선수회 이사를 하겠다는 소문이 전해져 왔는데,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인가.
"예전에 LPGA측으로부터 투표권이 없는 임시 이사가 아닌 정식 이사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프게 책임감 없이 할 바에는 안하는 게 낫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경우는 거의 매주 한두시간 씩 이런 미팅을 갖는다. 예전에 (정)일미 언니가 했을 때도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봤다.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봉사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관심이 있다."
-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 배운 후에 펼치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사실상 LPGA에서나 KLPGA에서나 일년 동안 논의되는 사항은 비슷한 것 같다. 여기도 전체 선수 미팅 때 나오는 얘기는 30% 정도는 뻔한 이야기이고, 30%는 들을만한 이야기이다. 나머지 부분이 심각하게 논의가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다만 LPGA는 이런 논의점에 대한 대처가 확실하다.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제도적으로 논란을 보완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많다. 이런 점들을 배워나가면서 은퇴 후에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면서 대회장에서나 스폰서에게 확실한 선수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리우올림픽에서 골프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 있는가.
"아직 특별한 진행 사항은 없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관심은 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엇이든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골프가 올림픽 종목에 들어간다는 소문은 많았지만 몇해 전에 공식적으로 결정이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골프가 개인종목이다보니 하나로 팀을 이루기 어려운 종목이다. 몇해전 렉서스컵 대회에서 캡틴을 하면서 느낀 것이 이런 점이었는데, 반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선수들 간에 성향이 있고, 특히 한국에서 온 후배들은 내가 같이 플레이해보지 못한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아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작전이었다. 개인간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 명예의 전당을 일반인은 물론이고 선수들조차도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업적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쨌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던 그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특히 태극기가 올라가던 그 순간은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서 이 자리에 올 때까지의 많은 과정들이 기억이 났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올 수 없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그랜드슬램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은퇴하기 전에 꼭 해야할텐데 말이다. 내 경우 모든 컨디션의 초점은 메이저 대회에 맞춰져 있다. 내 코치는 훈련을 하면서 메이저대회 코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항상 주문한다. 샷을 해도 '다이나쇼어 코스 몇 번 홀을 생각하면서 하라'는 주문이 많다. 그 정도로 항상 준비하는 편인데도 어렵다.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결과가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