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서울 강남구는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으로 중단됐던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 대한 행정대집행(철거)을 16일 재개했다.
강남구는 이날 오전 8시께 집행 영장을 읽은 뒤 구청 직원 100명과 용역 50명, 굴삭기 2대를 동원해 본격적인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개 중대 경력 80여명을 배치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강제철거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철거 작업은 별다른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굴삭기는 건물 앞뒤에서 각각 1대씩 배치돼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굴삭기가 움직일 때마다 철골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 무너졌다.
철거작업 2시간 만에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바닥 곳곳에는 흩어진 흙먼지와 잔해들이 뒤엉켜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조규태 강남구청 주거정비팀장은 "주민자치회관을 포함한 다른 무허가 건물들도 전부 철거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 등 관련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철거되는 주민자치회관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민 박모(63·여)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건물이라 그런지 마음이 복잡하다"라며 "주민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원활하게 개발사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완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실장은 "강남구청에서 개발사업을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라며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발 방향으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는 전날 "주민자치회관의 철골 구조가 불안정해 천장이 붕괴할 위험이 있고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우려해 시급히 철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지난 6일 용역업체 직원 등 총 300여명을 동원해 주민자치회관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섰지만 법원이 잠정 철거 중단을 결정하면서 2시간여 만에 철거작업을 중단했다.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구룡마을 토지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 구모가 서울 강남구청을 상대로 자치회관 철거를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금번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기각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화재, 자연재해 등에 취약한 구룡마을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되고, 거주민 재정착 등 구룡마을 공영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완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실장은 "구룡마을 주민들은 사법부의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며 "안전상의 문제도 있는 만큼 강남구의 철거에 대해서 방해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은 구룡마을 개발을 둘러싼 논란의 상징물과 같은 곳이다.
구룡마을 개발은 그동안 일부환지(혼용) 방식으로의 개발을 고집해온 서울시와 전면 수용·사용방식을 고수해온 강남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개발이 3년째 표류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입장을 바꿔 강남구 방식을 전격 수용하면서 개발이 재개되나 싶었다. 하지만 환지 방식을 선호해온 일부 주민들은 주민자치회관을 근거지로 삼아 강남구를 비판해왔다.
강남구는 주민자치회관이 본래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불법건축물이라며 철거를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