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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선수 고별전 앞둔 차두리의 '마지막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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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일분일초 흐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이가 있다.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지나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차두리(35·서울)가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차두리는 오는 31일 호주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5호주아시안컵 결승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30대 중반인 그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을 알기에 국가대표의 부름을 거절하지 못했다. 다른 포지션도 아닌 무한한 체력을 요구하는 풀백의 위치에서 달리고 또 달리며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 짜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선발과 교체를 넘나들며 총 4경기에 출전해 약 300분을 소화했다. 매 경기 차두리의 '폭풍 질주' 는 계속 됐다. 나이를 잊은 듯한 강력한 스태미나는 상대 선수들을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과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각각 도움 1개씩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70m를 질주한 뒤 정확히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은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시원시원한 차두리의 플레이를 보면서 팬들은 '차두리 앓이'에 빠졌다. 그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머리로는 그에게 더이상을 요구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폭주 기관차' 같은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먼저 반응했다.

팬들은 염치를 불구하고 슬슬 이별을 준비하는 차두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듯 매달리며 더 남아달라 목 놓아 울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차두리는 21살이던 지난 2001년 11월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앳된 얼굴의 대학생이던 그는 황선홍(47)·최용수(41)·안정환(39) 등 당대 내로라하는 축구 선수들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함께 했다. 차두리보다 어린 선수라고는 최태욱(34·울산) 뿐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세상 밖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렸고, 2004년 아시안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1년 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등 숱한 A매치를 통해 많은 감동을 줬다.

그렇게 1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74경기에 출전했고 4골이라는 A매치 기록을 남겼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이운재(42) 현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가 보유하고 있던 34세 102일의 종전 최고령 출전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전설로 등극했다. 

지난 10일 열린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때 34세 178일의 출전 기록을 새로 새웠다. 31일 결승전에도 나서면 34세 198일이라는 불멸에 가까운 기록을 갖게 된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전설' 로 통하는 부친 차범근(62) 감독의 그늘에 가려 한동안 차두리가 아닌 '차범근 아들'로 불렸다. 반갑지 않은 수식어는 족쇄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수 생활 초기에는 윙포워드로 활약했지만 이후 포지션을 전향한 것도 자신만의 길을 걷기 위함이 컸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2010년부터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다.

차두리와 차범근은 아시안컵을 매개로 얽힌 인연도 있다. 

차범근은 1972년 방콕아시안컵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만난 이란과 연장 접전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아들 차두리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대회에서 아버지가 못 다 푼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제 목표한 우승에 1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물론 영광의 결승 무대에 차두리가 선발로 나설지, 교체 투입될지, 혹은 벤치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7년 만에 결승에 올라 55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이 영글고 있는 이때,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차두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해피엔딩으로 아시안컵을 마칠 수 있을지 팬들은 따뜻한 응원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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