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상대 코트로 넘어가 약을 올린다. 평소 궃은 일만 하던 리베로는 모처럼 숨겨뒀던 공격 본능을 뽐냈다.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난 V-리그 별들은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올스타전에서 숨겨뒀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올스타전은 지난 시즌 성적에 따라 K-스타(남자부 삼성화재·대한항공·LIG손해보험, 여자부 GS칼텍스·KGC인삼공사·현대건설)와 V-스타(남자부 현대캐피탈·우리카드·OK저축은행·한국전력, 여자부 IBK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트당 15점제로 1,2세트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3,4세트에서는 남자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쳤다.
'분위기 띄우기'의 중책을 맡은 여자 선수들은 미리 준비해온 세러모니로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 V-스타 니콜(한국도로공사)는 1세트 초반 호쾌한 스파이크로 득점에 성공하더니 K-스타 코트로 넘어가 잔뜩 약을 올렸다. 니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K-스타 벤치로 가서 하이 파이브를 요구하기도 했다.
V-스타 김혜진(흥국생명)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은 점수를 올릴 때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끼를 발산했다. 처음 올스타전 출장의 영예를 안은 루키 이다영(현대건설)도 만만치 않은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올스타전의 백미로 자리 잡은 혼성 경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여자부 K-스타는 1세트 초반 크게 끌려가자 같은 팀 남자 선수인 레오(삼성화재)를 코트에 투입시켰다. 이에 질세라 V-스타는 시몬(OK저축은행)으로 맞불을 놓았다.
남자부 경기에 참가한 여자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K-스타 리베로 임명옥(KGC인삼공사)는 남자부 3세트에 등장, 전광인(한국전력)의 강스파이크를 걷어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리베로들은 1년 중 유일하게 공격이 허용되는 이날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K-스타 부용찬(LIG손해보험)은 시몬(OK저축은행)의 블로킹 벽을 넘어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고 V-스타 여오현(현대캐피탈)은 2층 관중석까지 공을 보내는 힘을 자랑했다.
여오현은 4세트 막판 헤딩 공격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경기에서는 V-스타가 K-스타를 54-49(15-7 11-15 15-13 13-15)로 제압했다. 전광인(한국전력)은 분주히 세러모니를 시도하면서도 9점을 올렸다.
한편 이날 애국가는 진준택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과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도희-장윤희 해설위원,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재영-이다영이 직접 불렀다.
특별한 사연을 안고 있는 가족팬들은 일일 마퍼(경기 중 코트에 떨어진 땀을 닦은 사람) 체험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특히 4인 가정의 가장인 40대 남성은 암투병 중인 아내에게 기를 불어주기 위해 사연을 신청했다고 밝혀 감동을 자아냈다.
장충체육관으로 돌아온 올스타전에는 정원보다 많은 4075명의 관중이 몰려 배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