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이근호(30·엘 자이시)에 이어 또 하나의 사제지간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에는 조영철(26)과 한국영(25·이상 카타르SC)이다.
조영철과 한국영은 대표팀 뿐 아니라 소속클럽에서도 한솥밥을 먹고 있다. 카타르 스타 리그의 카타르SC에서 각각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이란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올라온 이라크다. 라디 셰나이실(59)은 이라크 감독은 카타르 클럽인 카타르SC의 사령탑까지 겸임하고 있다.
당초 이란이 한국의 4강 상대로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라크가 올라오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영철과 한국영은 클럽 스승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출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나머지 경기들에서는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이라크를 아시안컵 본선에 올린 전임 하킴 샤케르(52)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회 개막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갑자기 사퇴했다.
이라크 축구협회는 카타르SC를 이끌고 있는 셰나이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뛰던 조영철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카타르SC에 둥지를 틀었다. 셰나이실 감독과 3개월 정도 같이 생활을 했다.
그는 올시즌 소속팀에서 14경기를 뛰는 동안 3골을 넣어 소속팀이 상위권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영 역시 지난해 8월 가세와 레이솔에서 조영철이 있는 카타르SC로 이적했다.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인연은 돌고 돌아 아시안컵까지 영향을 끼쳤다. 운명의 장난은 얄궂게도 조영철과 한국영을 비켜가지 않았다.
소속클럽 카타르SC의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조영철과 한국영은 이번에는 셰나이실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와 맞서 싸워야 한다.
조영철은 슈틸리케호의 핵심 공격수로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중요했던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당시 결승골을 넣었다.
하지만 부상자의 속출과 선수단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서 한국 공격진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후 조영철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날이 잦아졌다.
조영철은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후반전 교체로 투입됐고, 호주와의 3차전에서는 아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타깃맨 이정협(24·상주)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조금씩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영은 브라질월드컵 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호흡을 맞춰 붙박이 더블 볼란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왼쪽 풀백 박주호(28·마인츠)가 올라오면서 백업 멤버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쿠웨이트전과 호주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 돼 걸어 잠그는 역할을 해냈다.
대표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조영철과 한국영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이라크전 활약이 필수다. 출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지난 13일 열린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는 이근호와 나빌 말룰(51·튀니지) 감독과의 인연이 화제가 됐다.
말룰 쿠웨이트 감독은 이근호가 지난해 9월 군 복무를 마치자 마자 카타르 엘 자이시로 둥지를 옮길 때 그의 이적을 추진했던 감독이다.
이근호와 말룰 감독의 달콤했던 관계는 지난해 12월 말룰 감독이 쿠웨이트 사령탑에 오르면서 3개월만에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룰 감독은 한국 대표팀 훈련장에서 이근호를 만나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쿠웨이트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던 이근호는 그러나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전 클럽 스승의 못을 박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두 번 사제지간 맞대결의 주인공 조영철과 한국영은 이번에는 셰나이실 감독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