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하는 사실상의 '항명'을 하면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 출석을 여야가 합의로 요구한데다 직속 상관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채 김 수석이 출석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사표까지 던진 것은 사실상 '항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 시작 전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김 수석의 불출석 문제로 공방을 벌이던 여야는 간사 간 합의를 통해 김 수석의 출석을 요구키로 했고 김 실장도 출석 지시를 내렸다.
여야는 앞서 김 수석의 국회 출석을 내부적으로 합의한 상태였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하지만 김 수석은 끝내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김 실장은 "민정수석이 출석하도록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행동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신은 '사퇴할 것이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하면서 갑작스런 사퇴 의사까지 표명했다.
김 수석의 돌발 사퇴에 청와대는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김 수석의 사의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지만 김 실장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한 만큼 김 수석의 사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수석이 사퇴까지 결심하며 국회 출석을 거부한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13년 9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공약 후퇴 등을 이유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격 사퇴한 것에 비견될 만한 항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에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연루된데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진 상황이어서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항명 파동을 일으킨 김 수석이 다른 곳도 아닌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수장이라는 점은 박 대통령에게는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이후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며 계속해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집안 사람 단속부터 실패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도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방송으로 전국민에게 중계된 초유의 사태"라며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며 "청와대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김 수석의 사퇴를 계기로 청와대와 내각을 겨냥한 인적쇄신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김 수석의 항명 파동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며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내각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오는 12일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언급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