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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기준 모호…'마녀사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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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 박춘봉은 공개 ‘모녀살인’ 강씨는 보호…여론상황 보며 결정 비판 잇따라

[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지난 6일 자신의 아내와 어린 두 딸을 죽이고 도주하다 경북 문경에서 검거된 '강남 중산층'강모(48·사진 오른쪽)씨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존속 살인을 저지른 강씨가 검거 당일 관련 혐의를 시인한 덕분에 경찰의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미안해 여보, 미안해 ㅇㅇ아(딸),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고 적힌 자필 메모와 강씨가 119에 신고할 당시 녹음된 목소리는 그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검거 이튿날 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의 예상대로 법원은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매우 중대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해 12월 11일 수원의 한 모텔에서 검거된 중국동포 박춘봉(55·사진 왼쪽)씨.

경찰은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박춘봉에 대해 검거 이틀 만인 지난달 13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경찰은 박춘봉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에 앞서 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범행을 시인한 직후였다.

경찰은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만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춘봉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다음 날 그가 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때도 얼굴을 공개했다. 현장검증을 진행할 때도 박춘봉은 민낯이었다.

이처럼 살인사건 피의자를 '박춘봉'으로 세상에 공개할지, 아니면 '강씨'로 보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다. 이 특례법은 '특정강력범죄사건'과 '충분한 증거', '공익'과 '청소년이 아닐 것'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경우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상 정보가 공개된 경우로는 안양 초등생 살인 피의자 정성현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영등포 초등생 성폭행 피의자 김수철과 부산 여중생 살인 피의자 김길태, 수원 부녀자 살인 피의자 오원춘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이번 서초 세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강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강씨가 강력범죄를 저질렀고 증거 또한 충분한 만큼 박춘봉처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친인척 관계인 피해자 가족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비공개 결정에 대한 경찰의 '모호한' 답변에 비춰봤을 때 '2차 피해' 등을 우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해온 탓에 '강력 범죄자 중 중국동포 등 우리사회의 하층부에 속한 피의자에 대해서만 마녀사냥식 신상 공개가 이뤄진다'는 비판은 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서초 세모녀 살인 사건의 경우 피의자인 강씨가 '고학력 중산층'이기 때문에 공개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데 있어 일관된 법 적용과 명확한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특례법에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국동포의 신상이 쉽게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며 “피의자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 만큼 일관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인 특례법의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여론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박춘봉 신상 공개 결정도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그렇다고 신상 공개 대상 범죄를 구체화하는 것 또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 적용이 어려워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선 사례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고,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공개 논의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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