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55년 만에 아시아 맹주 자리를 노린다.
2015호주아시안컵이 오는 9일부터 31일까지 호주의 캔버라, 시드니, 멜버른 등 5개 주요 도시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이란· 호주 등이 우승후보로 점쳐진다.
한국(69위)은 A조에 속해 개최국 호주(100위), 쿠웨이트(124위), 오만(93위)과 조별리그를 펼친다.
1960년 2회 대회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씻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 우승(1956·1960년)을 차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아시아권에서 3위에 위치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순위를 더 끌어올리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결승전까지 진출해 최종 우승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23·레버쿠젠)을 비롯해 기성용(26·스완지시티), 이청용(27·볼턴), 박주호(28), 구자철(26·이상 마인츠) 등 브라질월드컵 당시 주축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첫 경기가 열리는 캔버라에서 전지훈련 중인 슈틸리케호는 10일 오만과의 1차전을 시작으로 13일 쿠웨이트, 17일 호주와 차례로 격돌한다.
▲한국 축구 아시안컵 도전사
한국은 아시안컵 원년이었던 1956년 1회 대회(홍콩)와 1960년 2회 대회(한국)에서 연속으로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3회 대회였던 1964년 대회(이스라엘)에서는 도쿄올림픽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내 3위에 만족했다. 1968년 대회(이란)에서는 예선에서 일본(1-2), 대만(0-1)에 연거푸 져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호(71), 이회택(69), 김호곤(64), 차범근(62)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총출동시킨 1972년 대회(태국)에서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올랐지만 이란에 뼈아픈 1-2 패배를 당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1976년 대회(이란)를 앞두고는 32명의 상비군을 구성해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쳐 18명의 최종명단을 추리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예선에서 말레이시아, 태국에 가로막혀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한국 축구의 큰 징크스 중 하나인 '중동 징크스'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1980년 대회(쿠웨이트)에서 최순호(52)를 앞세워 우승을 노렸지만 우승 문턱인 결승전에서 개최국 쿠웨이트에 0-3으로 완패했다.
1984년 대회(싱가포르)에서는 조별리그에서 2무2패에 그쳐 4강에 오르지 못했고, 1988년 대회(카타르)에서는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에 3-4로 져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1992년 대회(일본)에서는 예선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역예선 상대들이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약체들로 정해지자 실업선발팀을 보내 본선 진출을 노렸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96년 대회(아랍에미리트)에서는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0년 대회(레바논)에서도 8강전에서 이란을 만나 2-1로 설욕하는데 성공했지만 4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했다. 최종순위는 3위.
2002년 한일월드컵 4간 신화로 큰 기대를 모았던 2004년 대회(중국)에서도 역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8강전에서 3-4로 패했다.
2007년 대회(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공동개최)도 좋은 기억은 아니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6-5로 이겨 3위에 올랐지만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펼쳤다.
힘겹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은 이란과의 8강전,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4)의 국가대표 은퇴 무대였던 2011년 대회(카타르)는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조별리그에서 2승1무로 무난하게 8강에 진출해 이란까지 1-0으로 꺾어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일본과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벌이며 명승부를 펼쳤지만 승부차기에서 아깝게 0-3으로 졌다. 3·4위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3-2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우승하면 '미니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 획득
아시안컵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개최하는 유럽선수권대회,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이 주최하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남미의 코파아메리카와 함께 대륙별 국가대항전으로 권위가 상당하다.
우승을 차지하면 '미니월드컵'이라고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다음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017년 러시아에서 열린다.
총 16개국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은 4개국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러 상위 두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FIFA랭킹이 역대 최저로 추락한 한국 입장에서는 매 경기가 소중하다. 아시안컵 본선 경기는 FIFA랭킹을 산정할 때 주는 가중치에서 4.0인 월드컵 다음으로 높다. 3.0이다.
대회 상금은 없다. FIFA와 달리 AFC의 경우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각국 선수단의 교통비, 숙박비, 식비 정도를 지급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빠듯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