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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인터뷰/ 일본인 인형작가 코보리 카오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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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정말 아름다워요”


한국인형 제작한 일본인 인형작가 코보리 카오루씨


“한복을
통해 한국문화를 배웠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인 창작인형작가 코보리 카오루씨(48)에게 한복은 한국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매개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한복에 매료된 카오루씨는 한국에
살면서 한복을 연구했다. 그 결실은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열린 ‘보고 안고 갈아입히고 - 카오루 인형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한복과 민화 배우며 한국 정서 체득

이번 전시는 남편 서성철씨와 결혼 후 한국에 정착한지 7년만에 갖는 첫 개인전으로, 출품된 인형들은 카오루씨가 손수 바느질한 한복을 입고
있다. 카오루씨는 어릴적 일본내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교복으로 입었던 한복을 보고, “블라우스 오른편 가슴에 리본이 아주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후 한국 여행길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입은 한복의 황홀한 자태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예뻐요” 카오루씨는 서툰 한국말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거듭 강조했다.

“전통의상을 만들려면 그 나라의 역사나 생활양식 등 지식이 필요해요. 무엇보다도 필링이 있어야 하죠” 한복을 제작하기 위해서 특별한 연구가
필요했다는 카오루씨는 각종 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며 한복을 배웠고, 동시에 한국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형 뒤편에 배경으로 장식된 작은 병풍이 몇 점 있는데, 그것도 직접 그린 것이다. 인형 크기에 맞는 그림을 구할 수 없자, 카오루씨는
민화를 배웠다. 병풍 그림은 카오루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적 ‘필링’이 전해지는 것으로, 섬세한 손재주가 인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하고 싶다”

한복이 한국적 전통 선과 색상을 잘 살린 데 비해, 인형 얼굴은 전통적인 한국인의 표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주로 모델로
삼는다는 카오루씨의 작품들은 작가와 무척 닮았다. 카오루씨는 “한국적이거나 일본적인 인형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내 인형들은 국경을 넘어
카오루 나라에 삽니다”고 말한다. 높이가 약 45cm인 인형들은 얼굴, 손, 팔은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고 몸통 부분은 솜을 입힌 천으로
제작되었다.

얼굴 부분의 도자기는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비스크 돌(Bisque Doll)의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인형의 얼굴이 더러워졌을 때 닦아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인형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카오루씨의 설명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축제나 기념일 등을 통해 인형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인형문화가 남달리 발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형문화가
거의 없는 나라다. 카오루씨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적 취미를 경시하는 풍조가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카오루씨는 97년 일본 오오사카 아오이돌 갤러리에서 ‘크리스마스 인형전’을 열면서 인형 작가로 데뷔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형을 제작한 것은
기억하기 힘들만큼 오래 전이다. 유년시절부터 장갑이나 구멍 뚫린 양말로 인형을 만들어왔다는 카오루씨는 예술적인 의식보다는 그저 인형이 좋아서
만드는 것이라며 천진한 미소를 지었다.

카오루씨는 전시의 의도를 “저의 작업이 경계를 넘어, 보편적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울 사람들은 너무 바빠요”라며 각박한 현대 문화를 안타까워한 카오루씨는, 인형을 통해 문화 지평의 확장은 물론 작은 ‘여유’를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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