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임시국회 둘째 날인 16일 긴급현안질문에서도 여야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이날 오전 직전 발언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의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 관련 주장에 대해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발언으로 여야 간 고성이 난무하면서 장내가 크게 소란스러워졌고, 특히 여고생들이 단체로 방청하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펼쳐져 부끄러운 국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오후 이 의원의 사과로 수그러들 듯 하던 이번 논란은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최 의원을 겨냥 “그러고도 의원이냐”라고 비판하자 야당 의원들의 맞고함을 치며 대응,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노근 의원은 이날 “최민희 의원이 공상 소설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요새 정치인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본인 버릇이나 고쳐”, “사과 하세요”라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여야 의원 간 언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학생들이 방청석에 있다. 의원님들 조용히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럼에도 고성이 계속되자 정 의장은 “가만히들 계세요”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요새 정치인들은 이렇다.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관이 돼 조사하고, 수사관이 돼 수사하고, 또 재판관이 돼 재판하고, 처형까지 한다”며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당 의원들이) 조그만 단서를 가지고 추리소설, 탐정소설 쓰듯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단정하고, 규정하고 확대·왜곡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버릇을 고쳐 달라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최민희 의원은 곧바로 신상발언을 신청해 이 의원의 발언에 강력하게 항의를 표시하고 새누리당 지도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최 의원은 “조금 전에 질의한 새누리당 의원이 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표현을 써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반격에 나섰다.
이어 “피 같은 질의시간 앞부분 3분 이상을 제 질의를 비난하고 폄훼하는데 쓰는 게 맞는 일이냐”라면서 “이번에 터진 정윤회 씨 문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어났기에 현안질의를 하게 됐고, 말로만 주장하지 않기 위해 정말로 많은 자료를 찾으며 열심히 준비했고 그 결과를 보여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제가 버르장머리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 우리가 문건을 만들었느냐, 우리가 유출하라고 했느냐. 모든게 청와대 주위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야당 탓을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에 요청드린다”며 “방금전 발언한 의원께 공개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오전 질의 과정에서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본의 아니게 다소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질문자인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최민희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다시 불 붙었다.
윤 의원은 청와대 제2부속실이 총 2대의 시계 캠코더 녹음기(시계 몰카)를 구입한 것을 지적한 최 의원의 발언을 두고 “최 의원은 시계 몰카라는 어마어마한 용어로 포장해서 국민들을 놀래키고 있다”며 “몰카라고 하는 것도 경악스럽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해명을 했음에도 여러가지 없는 사실을 붙이고 의혹을 확대·재생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본인이 보고싶고 듣고싶은 것만 추려서 국민을 호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바로 국정 농단”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덮어 씌우고 싶어도 일국의 국가 원수에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그러고도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느냐”라면서 “최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왜 지탄을 받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일제히 “동료의원에게 할 소리냐”, “사과하시라” 라고 맞고함으로 대응하면서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정의화 의장은 “동료 의원을 존함을 지목하면서 자극을 할 수 있는 부분은 기교를 부려서 할 필요가 있다”며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조를 잘 해주길 바란다”고 수습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다시 신상발언을 통해 “저는 오늘 두번에 걸쳐 모욕을 당했다”며 “조금 전 발언한 의원께서 제 이름을 열 번 가까이 언급하며 모욕을 줬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말하는데 몰카 시계를 들고 찍을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왜 그런 몰카를 남녀 1개씩 샀는지, 누가 사용했는지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 “제 이름을 10번 언급하면서 모욕을 준 부분에 대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저의 명예회복을 위해 잘 처리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