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국민안전처는 11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수족관)누수(漏水) 현상에 대한 정부합동안전점검단(점검단) 점검결과를 발표하고 롯데월드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교수, 구조기술사 등 관련분야 11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점검단은 지난 10일 제2롯데월드의 수족관과 지하변전소에 대해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건축시공, 토목구조, 전기안전, 재난관리 4개 분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정부합동안전점검단은 언론에 이미 보도된 상어 수족관(2000t 규모) 1곳 외에 벨루가 수족관 주변에서 2곳의 누수현상을 추가로 발견했다.
누수현상 원인에 대해서는 수조의 아크릴과 콘크리트 벽을 접착시키는 실란트(sealant) 시공이 잘못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족관 벽 등 구조체 결함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보도됐지만 이마저도 정밀안전진단을 거쳐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점검단은 추가로 2곳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된 만큼 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점검단장인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시공 상황을 점검한 결과 재료상의 문제는 없었다”면서도“이중으로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했지만 수족관 안쪽에서 메우기가 조금 잘못돼서 누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족관 내부 원형 아크릴판이 벽면과 연결돼 있고 그 사이에 들어간 실란트의 두께가 상부와 하부에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 발견됐다"며 "이것은 '시공상의 하자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원형 아크릴 판이 물에 의해 압력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족관 외부에서 보수하는 방법은 누수방지에 한계가 있다”며“물이 직접 침투되는 내부에서 방수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해 대대적인 보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안전성에 대해 토목구조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성곤 교수는 조금 다른 견해를 밝혔다. 당초 안전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구조적 문제는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크릴 판을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그 사이를 메운 실란트에서 물이 새 나오는 만큼 구조적 문제도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곤 교수는 “보도자료에 구조적 결함이 없다고 한 것은 콘크리트 강도가 큰 변형에 견디지 못하게 설정돼 기준에 맞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그렇지 않다는 전제하에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한 것”이라며“토목 구조분야 점검 결과는 수족관 물의 무게로 인한 전체 구조체에 변형이 와서 한쪽 벽을 잡아당겨서 박리현상이 생기지 않았을까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족관 지하 3~5층에 걸쳐 설치된 한전의 송파변전소 안전문제도 집중 언급됐다.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족관의 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변전소는 15만4000볼트의 특고압을 수전(受電)해서 2만2000볼트로 낮춰 롯데월드를 포함한 송파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김찬오 교수는 "지금 당장 대량 방류사태 발생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기존에 발견된 곳이나 추가로 발견된 2곳 역시 보수를 한 흔적이 있지만, 계속 물이 새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점검 결과만으로 대형수족관 전체의 안전성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검단의 종합의견은 기존 누수 위치는 물론 누수 우려가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는 추가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찬오 교수는 "지진 등으로 인한 수족관의 대량 방류사태 발생 시 크게 우려됐던 변전소 안전성은 점검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량 방류된 물은 피난 계단을 따라 지하 5층의 집수정으로 흘러들어가 펌프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고 케이블에 방수처리가 되어있어 침수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방류된 물의 변전소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롯데월드 측이 12월 중 공사 예정인 상시폐쇄형 차수문(필요시 버튼식 개방)이 설치되면 변전소 침수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차수문이 방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족관에서 대량의 물이 방류될 경우 방화문과 차수판을 밀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전과 롯데월드 측이 자체적으로 변전소로 유입되는 통로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족관 시공사인 레이놀즈사 전문가가 미세 누수현상은 국내외 아쿠아리움 개관 초기에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구조 안전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 교수는“시공사 전문가와 직접 인터뷰를 했는데 '아크릴판 터널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수압이나 온도변화로 인한 변형이 다른 데보다 조금 더 심하게 나타난 결과로 누수가 생긴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하지만 문제가 된) 상어터널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게 인정할 수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도 누수현상이 또 발생했기 때문에 외국의 일상적 누수현상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점검단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것이 외국은 지하에 특고압변전소가 설치돼 있지 않지만 제2롯데월드는 계획되기 전부터 변전소가 이미 설치돼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이를 감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조차 정밀하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공 후에 시험을 통해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다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2롯데월드가) 조기 개장했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며 “이것이 외국 사례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점검단은 대량으로 수족관이 누수 되거나 긴급 재난이 발생될 경우 대피통로에 대한 안내도가 없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롯데월드 측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재해 경감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전처는 감독 지자체인 서울시를 통해 오늘 중으로 롯데월드 측에 정밀안전진단 명령과 함께 점검결과 드러난 문제점 보완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실란트 전면 재시공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