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정윤회 문건’의 유출 경위를 놓고 벌인 청와대의 내부 감찰 결과와 관련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오모 행정관과 청와대가 11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 행정관은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 등과 함께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재직할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온 후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달 초 청와대 내부 감찰 대상이 되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특히 오 행정관은 지난 4월 세계일보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근거로 청와대 행정관의 금품수수 등이 적발돼 퇴출됐다'는 보도를 내놓았을 당시 문건 100여장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와 상부에 '내부 문건이 유출됐으니 회수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오 행정관과 청와대가 벌이고 있는 진실공방의 핵심은 문건 작성과 유출을 조 전 비서관 등이 주도했느냐다.
청와대는 오 행정관이 내부 감찰에서 조 전 비서관을 문건의 출처로 지목했다는 입장인 반면 오 행정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가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건 유출 파문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자 즉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결과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전·현직 청와대 직원 등과 이른바 '7인회' 모임을 갖고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감찰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보고 있는 7인회의 멤버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 오 행정관, 최모 전 청와대 행정관, 전직 국정원 간부 고모씨,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 언론사 간부 김모씨 등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세계일보 보도 후 문건 유출자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의심받자 오 행정관을 시켜 상부에 문건 유출의 심각을 보고하는 식으로 의심을 피하려 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 행정관과 조 전 비서관 등은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오 행정관은 이날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일 낮 4시 반부터 7시간 반 동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조사를 받았는데 '문건 작성과 유출은 모두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만 계속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감반은 '문건 작성과 유출은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확인 서명을 강요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조 전 비서관에게 문건 유출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전 비서관도 7인회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 자체를 가진 적이 없으며 청와대가 지어낸 얘기라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입장이다. 7인회의 멤버로 지목된 다른 인사들도 한결같이 7인회 모임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오 행정관이 내부 감찰 과정에서 지난 4월 상부에 보고한 유출 문건 100여장의 사진 출처가 조 전 비서관임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월 오 행정관이 사진) 100장을 가져와서 조사를 해보라고 했는데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당시에는)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이런 사태가 있은 다음에 출처에 대해서 조사(내부 감찰)한 것은 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행정관에게) 누구로부터 (사진을) 받았느냐를 조사했는데 조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오 행정관이 진술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팩트’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감찰에서 '문건 작성과 유출을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만 반복했다는 오 행정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된 표현에 대해서 그 누구도 그랬다, 안그랬다 (하는 것은) 위험한 답이 되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 구체적 표현에 대해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문건 유출의 배후와 7인회의 존재를 놓고 오 행정관을 비롯한 조 전 비서관측과 청와대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