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박현정 대표이사와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10일 “처음에는 (박 대표가) 내게 잘하고, 일을 잘 하는 것 같고, 영리하고 해서 처음에는 참아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날 세종문화예술회관 예술단체동 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단원들에게 “그러나 일주일 전 서울시에 ‘이런 것에 못 견디겠다고 했다. 그래서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자신에 대한) 이상한 말이 나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알려지는 것이고”라고 밝혔다.
정 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나게 돼 있으며 서울시 입장에서는 정 감독 같은 거장을 놓치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이처럼 서울시가 자신과의 재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점을 이용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자신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향 사무국 일부 직원들이 호소문을 낸 배경에도 정 감독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문제가 생긴 건 제 책임입니다. 난 원래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러는 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집안에서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누가 내게 누구냐고 물으면 첫째로 나는 인간, 둘째로 음악가라고 해요.”라며 음악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현정 대표의 막말에 대해서는“이것을 알게 된지 꽤 오래됐다”고 밝힌 정 감독은 “인권 침해 문제죠. 1년도 넘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 직원들이 고생하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막,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직원들은 참아본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건 못 참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본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요. 해결될 때까지 책임이 있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이날 운집한 기자들을 향해 “왜 이렇게 모였는지 모르겠다. 연습하러 왔지,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1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하나 클래식 2 - 정명훈과 지안 왕’을 펼친다. 이후 13일 통영음악회에 참여한다.
박 대표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에 대해 막말·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은 그녀가 정 감독이 시향을 사조직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부싸움으로 변질됐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서울시향 업무보고에 정 감독이 불출석을 통보하고 서면질의를 요구해왔다면서 보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사들과 박 대표 해임안 상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박 대표의 사임을 종용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이날 정 감독에 앞서 출근한 박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해임안 건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단원들의 성명서 준비에 대해 “단원들은 당연히 슬플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