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임기 만료 시점인 올 연말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3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8~19일로 예정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의 표결 처리를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북한인권문제를 유엔 안보리 의제로 지정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다.
'안보리로 하여금 북한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한다'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와는 별도로 안보리 의제화라는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이는 투트랙 전략으로 북한인권공세를 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에 따른 ICC 제소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거부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안보리 의제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들과 공동명의로 의장국인 아프리카 차드에 서한을 보내 '북한인권문제를 12월의 의제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을 대상으로 북한인권문제의 안보리 의제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하는 국가가 1곳이라도 있으면 표결을 하게 된다.
의사규칙 상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북한인권문제는 안보리 의제로 등재된다. 의사진행과 관련해선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9표만 확보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도 의제화하는 데는 걸림돌이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안보리 표결은 유엔총회 본회의가 열릴 18~19일을 전후해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인권문제가 의제로 정해지면 향후 북한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보고될 때마다 안보리에서 이를 다룰 수 있게 된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또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인권문제를 의제에서 억지로 지우기 전에는 향후 3년간은 언제든 안보리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기간 안보리 회의석상에서 북한인권문제가 단 1번이라도 다뤄지면 의제화 기간이 다시 3년 연장된다. 사실상 북한인권문제가 반영구적인 안보리 의제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달에 안보리 의제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내년 1월 의장국인 칠레와도 협의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올 연말로 만료돼 내년부터는 직접 안보리 무대에서 의제화를 추진하진 못하지만 정부는 기존 친한(親韓) 이사국을 활용한 의제화를 시도키로 했다. 말레이시아, 앙골라, 베네수엘라, 뉴질랜드, 스페인 등 신임 비상임 이사국을 대상으로 한 로비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최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과 접촉해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남미 방문을 마친 외교부 조태열 제2차관은 5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재외공관장을 모아 안보리 의제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 문제는 통일과정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서 국제사회와 함께 제기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의 반발이 강하지만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