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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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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필계의 거목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1910∼2007)가 지난 5월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일본 유학시절 하숙집 딸 아사코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 그의 수필 ‘인연’은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지금도 남아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구나가 ‘인연’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인연’이요, 살아가는 것도 ‘인연’이다. 인연 중에는 만나면 만날수록 가까워지고 좋아지는 ‘아름다운 인연’도 있고 만나면 만날수록 멀어지거나 원수가 되는 ‘악연’도 있다.
2001년부터 2년 동안 가족이 어떤 인연으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유학을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01년7월 중순경 가족과 함께 오클랜드로 날아갔다. 아이들이 입학 예정인 파인허스트 고등학교 앞 모텔에 파김치 되어 여장을 풀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겨울격인 우기이어서 을씨년스럽게 비가 구질구질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1주일의 빡빡한 일정에 아이들 학교 입학 수속을 마친 다음 가족과 헤어져 귀국할 예정이었기에 마음까지 아주 착잡했다.
필자가 귀국하고 1주일이 지난 뒤 ‘가슴 철렁한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 집 사람이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인근 수영장에 갔다가 여권이 든 돈지갑을 몽땅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아주 당혹스러웠지만 차분히 카드 등 분실 신고를 마쳤다.
아내는 타국 낯선 땅에서 돈도 없이 오도 가도 못하는 곤경에 처해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밤새 울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원 산책을 나갔다가 인정 넘치는 영국계 쉘리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이 할머니는 그 후 지금까지 ‘아름다운 인연’이 됐다.
70세 고령의 쉘리 할머니는 우리 가족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경찰에 신고해서 여권을 재발급하는데 자상히 도와주었다. 영어발음도 가르쳐주고 뉴질랜드 식 ‘키위 문화’도 소개해 줬다. 귀국할 때에는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서 선물도 일일이 챙겨주었다.
가족이 귀국한지 4년이 넘었지만 우리 가족과 아이들은 두 차례나 할머니를 방문해서 문안을 다녀왔다. 특히 손자 손녀처럼 지내던 아이들은 아직도 가끔 전화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다. 쉘리 할머니는 지금도 우리 가족사진을 안방에 걸어놓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누구나가 평생을 살면서 한두 번쯤 기억에 새겨진 ‘아름다운 인연’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인연들이 ‘기억에 되새길만한 인연’이면 아주 좋을 것이다. 때론 악연도 무덤덤한 인연보다는 좋은 추억이 된다. 악연이 좋은 인연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
‘기억에 되새길만한 인연’을 떠올리면서 요즈음 대선가도를 달리고 있는 주자들을 바라보면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십 수 년 동안 똑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람들이 돌변해서 헐뜯고 갖은 악담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이런 악연이 있을까?
정치적으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상대방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꾸러뜨려야 자신이 살아남고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선거분위기를 좀 더 정책 선거로 가져가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말고’ 하는 구태를 없애자는 제안이다.
대선 후보 경선 분위기를 갖추지 못한 여권은 뒤로 미루자.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경선관리위와 국민검증위를 두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원회들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아직 의문이다. 각종 변칙 행위에 제제가 가능한지가 문제다.
역대 대선 과정을 보면 각종 마타도어가 난무했다.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여성 관계가 들먹이기도 했고, 검증하기 어려운 비리가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로 말미암아 후보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지만 당락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상황 돌리기가 불가능했다.
올해 대선은 국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 우리는 남북대치 상황이다. 북한은 6자회담 진행 중에도 핵 개발을 계속해 왔다. 경제-교육문제 등 산적한 과제도 많다. 지도자들 사이에 정말 ‘아름다운 인연’들만 쌓여 온 누리가 밝게 되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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