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향후 3년 간 최소 1500t의 금을 사들이려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방안이 무산되면서 국제 금값 하락세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에선 중앙은행(SNB)의 자산 대비 금 보유 비중을 20%로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반대표 비율이 77%에 달해 무산됐다.
현재 SNB가 보유한 금은 1040t으로 전체 자산의 7.5% 정도에 불과하다. 법안이 통과됐다면 SNB는 향후 5년 동안 적어도 1500t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금을 매입했어야 했다. 금 300t은 전 세계 연간 금 소비량의 7%에 달하는 수치다.
보수 정당인 스위스 국민당이 '스위스의 금을 지키자(Save our Swiss Gold)'라는 이름으로 발의한 법안은 SNB의 통화 정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법안이 통과됐다면 SNB는 보유 중인 금을 더 이상 매각할 수 없게 되며, 외국에 보관된 금도 본국으로 송환해야 했다. 또 그동안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유로-스위스프랑의 하한선을 지켜온 SNB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BN 아르모 은행의 조젯 볼레 애널리스트는 "지난주에만 해도 금값은 스위스 투표에 대한 기대 영향을 받아 단기 상승세를 유지했다"며 "투표는 부결로 나타났고 전반적인 금값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어 향후 전망은 더욱 악화됐다"고 전했다.
또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 후 치솟고 있는 '달러 가치'도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현물인 금의 가치가 높아지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에 있는 것이다.
이날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금값은 전날 대비 2.1% 하락한 온스(약 28.3g)당 1142.88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4년 간의 금값 최저치였던 지난 11월7일(온스당 1132.16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제 금값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에 크게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다니엘 브리즈맨 코메르츠 뱅크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이 매년 금을 사들이지 않는다면 국제 금값은 더욱 낮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아직까지 금값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금위원회(WGC) 자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평균 372t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에는 400~500t을 사들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