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되는13일 64만여 명의 수험생들이 긴장감과 초조함 속에 고사장 입실을 마쳤다. 시험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이뤄진다.
16년 만에 찾아온 최강의 ‘입시추위’에 수험생들은 한결같이 두툼한 외투로 중무장한 채 고사장으로 향했다. 목도리를 두르거나 보온병·핫팩을 손에 쥔 학생들도 수두룩했다.
일생일대의 시험을 앞둔 탓에 수험생들의 낯빛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응원전을 펼친 후배들 앞에서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 관악구 삼성고 첫 입실자는 오전 6시10분께 온 재수생 정현결(19)군이었다.
전주 해성고를 졸업한 정군은 "지난 6월부터 고시원에서 지내며 입시를 준비했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평소 차림으로 일찍 고사장에 나왔는데 여전히 떨린다"고 말했다.
전하윤(23·여)씨는 서초구 서초고 첫 입실자다. 오전 6시38분께 들어온 전씨는 "조용한 곳에서 (시험 막바지) 정리를 하려고 남들보다 일찍 왔다"며 "장수생인 만큼 망치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앞에 처음 도착한 성심여고 3학년 고혜덕(19) 양은 "많이 떨리지만 평소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용산구 용산고에서 만난 대신고 3학년 김성국(19) 군은 오른쪽 다리에 목발을 짚은 채 "떠들썩하게 응원을 받으니 떨린다. 다리를 다쳐 부모님 걱정이 많았는데, 손이랑 머리는 멀쩡하니 잘 치르고 나오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자녀를 고사장에 들여보내는 학부모들도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자녀가 들어간 뒤에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가 하면 시험을 치르게 될 고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오전 6시께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고사장에 왔다는 학부모 류순아씨는 "(수험생인) 아들에게 못해 준 일만 생각난다"면서 "아들 앞에선 담담한 척 했지만 긴장된다. 실수없이 잘 치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사히 시험을 마무리하길 바라는 교사들 역시 쉽게 눈에 띄었다.
용산고 앞에서 응원을 이끈 대신고 심승우(27) 교사는 "고3 수험생들에게 확실하게 대박의 기를 주기 위해 다양한 응원 레퍼토리를 준비했었다"면서 "이른 아침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1, 2학년 제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개포여고 박금혜(51) 교사는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고 앞에서 수험생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차분하게 잘봐라. 컨디션이 시험을 좌우한다"라고 수차례 당부의 말을 건넸다.
고사장 앞에서 선배들의 선전을 비는 후배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수능 대박! 나의것!★'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에 나선 경문고 2학년 이우중군은 "추운 날씨에 긴장했을 선배들을 위해 14명의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음료를 준비했다"면서 "후회없는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능 잘 봐서 2호선 타자'라는 피켓을 든 남광고 1학년 최이수양은 "학생회 주관으로 1, 2학년 20명 가량 모집하길래 신청해 응원 나왔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핫팩과 초콜릿을 나눠줄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당곡고 2학년 장혜수양은 "응원 나오려고 새벽 4시30분께 일어났다"면서 "내년에 시험보게 되는데, 응원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복잡미묘하다"고 전했다.
풍문여고에는 오전 5시40분부터 30여명의 동문 후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응원 준비를 시작했다. 서울국제고와 상명사대부고, 중경고 등 인근 학교 후배들도 속속 모여들면서 50분 후인 오전 6시30분께 100여 명으로 응원 인파가 늘었다.
용산고 앞에서는 자리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징과 꽹가리도 등장했다.
경복고 2학년 박배성 군은 "9명 밖에 안와 20여명이 온 배문고에 비해 열세지만 힘차게 응원할 생각"이라며 "추위도 젊음으로 이겨낼 수 있다. 선배들이 수능을 잘 봤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