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남북 간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또 북한의 진정성을 전제로 했지만 5·24조치 해제 문제를 북측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남북 함정 간 사격전과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고사총 발사 등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과 남북 간 대화 재개 합의로 우리 국민들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며“하지만 곧이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에서의 총격사건으로 다시 불안이 가중됐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늘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관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앞으로도 도발에 단호히 대처해나가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지금 핫이슈인 5·24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한다”며“이럴 때일수록 통일준비위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결집하는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또 “그동안의 분단의 역사를 접고 진정한 통일을 이루려면 남북관계를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거나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통준위에 4가지 활동방향 제시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의 활동방향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구체적 평화통일 실천방안 수립 ▲평화통일 헌장 제정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 ▲국제규범 및 관행에 맞는 남북관계 정립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구상과 관련해 “남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원후보지 선정에 본격 착수하고 친환경 공원 조성을 위한 기초설계작업, 주변지역 도로정비 등 연계발전 계획을 추진해서 북한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의 예로는 “의료 분야의 경우 기존 의약품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의료장비, 의료시설 등 의료지원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복합농촌단지 사업도 마을 단위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비료지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부엌 개조, 마을도로 정비 등 민생인프라 차원의 구체적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도 평화, 환경,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의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안보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국제사회의 지지와 신뢰 속에 통일을 이룰 수 있고 이웃나라들과 어울리며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 이후 복지·연금 정책도 대비해야”
이날 회의에서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은 그동안 통일준비위의 활동경과와 향후 활동 계획을, 류길재 통일부 장관 겸 정부 부위원장은 남북관계 주요 현황 및 정책 추진 방향을 보고했으며 이어서 4개 분과위별로 보고와 토론이 진행됐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경제, 사회·문화, 정치·법·제도, 외교·안보 등 4개 분과위는 1~4세션까지 ▲북한의 생활인프라 개선과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방안 ▲남·북·중·러 다자 경제협력 방안 ▲광복 70주년 기념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성공단 대상 모자보건 시범사업 ▲통일헌장 제정 추진방향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방안 ▲한반도 신평화구상(억제·관계개선·신뢰구축의 병행 추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연계전략 등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난 7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처럼 통일한국의 도약을 위한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며“한반도 국토 전체 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주변국에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통일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통일 이후의 복지·연금 정책 등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실업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기 보다 직업훈련 등을 통해 취업 여건을 마련해 주는 사회서비스 제공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등 좋은 아이디어들이 유명무실화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정부·민간·국제기구 등의 인도지원이 중복 없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통일 과정만큼 통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면서“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이 차별과 불이익 없이 함께 어울리며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5·24조치 발언 환영…실천계획 필요”
한편 야권은 박 대통령이 “5·24조치 문제도 남북한 당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야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진전된 발언”이라고 평가하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하고 5·24조치를 해제할 의향을 비친 것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보다 구체적이고 진일보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며 “아울러 5·24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선제적 결단을 내리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매우 늦었지만 그간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존재하던 5·24조치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라며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실천적인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5·24 조치 해제 가능성에 대한 첫번째 언급으로 부족하나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전된 발언으로 평가한다”면서“공허한 메아리로 그쳐서는 안되며 남북 고위급 대화테이블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