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북한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문제 삼으며 사흘째 강도 높은 비난공세를 펴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는 28일 조선인민군 군관의 글을 인용해 “이번에 박근혜가 유엔총회 제69차 회의에서 기조연설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의 핵을 악랄하게 걸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우리 민족끼리는 “우리의 핵이 박근혜 따위가 거두라면 거두고 폐기하라면 폐기하는 눅거리(싸구려)흥정물인 줄 아느냐”며 “미국의 식민지괴뢰인 주제에 제 처지나 좀 알고 주절대도 주절대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우리의 핵은 미국의 위험천만한 침략전쟁책동과 핵위협으로부터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안정, 번영을 담보하는 자주와 정의의 강위력한 보검”이라며 “미국상전에 붙어 반공화국도발책동의 수청이나 드는 주제에 핵포기니 경제지원이니 하는 것이야말로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과 27일에도 “이것은 북남관계를 완전히 파국에로 몰아넣는 극히 위험천만한 도발행위”라며 박 대통령의 연설을 잇따라 비판한바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핵’과 ‘인권'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데 대해 도발적 반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핵무기를 발판삼아 체제안전을 보장 받으려는 북한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라'는 요구를 받자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유엔총회 기간 열린 북한인권 관련 고위급 행사 등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 확산되자 북한당국이 일찌감치 예봉을 꺾기 위해 박 대통령을 향해 위협성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각종 매체를 통해 박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인신모독성 표현을 동원,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의 냉각국면도 각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도발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이 당장 남측과의 관계개선에 호응해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북고위급 접촉이 장기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북한이 최고국가기구 명의로 박 대통령에 대해 ‘특등대결광’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정신적 불구자’ ‘현대판 사대매국노이며 역적 중에 가장 악질적인 만고역적’이라고 비난했으니 앞으로도 장기간 또는 박근혜정부 임기 내내 남북 고위급 대화가 성사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자신들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핵과 인권 문제에는 항상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의 감정적 공세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법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6자회담 조기 개최 추진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북한의 핵과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인식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6자회담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