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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살인사건 (제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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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절 따라오세요.”
여자는 쭉 뻗은 곡선미를 보이며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는 배짱이 여자의 뒷모습에서 풍기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여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 우형빈은 두말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서정숙이 안내한 곳은 종로 5가에서 동숭동 쪽으로 들어간 어느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장내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어때요, 여기. 분위기 괜찮죠?”
“좋은데요.”
“많이 드세요.”
서정숙은 음식이 나오자 익숙하게 포크를 움직이며 친근한 사이인 것처럼 우형빈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맥주 드시지요?”
“전 술 못해요.”
우형빈은 서정숙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저보다도 센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머, 그건 어떻게 아시죠?”
“잡지에서 봤습니다.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일 겁니다. 그때 주량은? 하고 묻는 기자에게 맥주 5병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습니까?”
“기억력이 대단하시군요.”
“특히 마담에 관해선 좀 관심이 있습니다.”
“무슨 뜻이죠?”
“아, 오핸 마십시오. 내 친구는 그렇게 비겁한 심부름을 시킨 건 아니니까요.”
“그럼 왜 절 미행하셨어요?”
“마담의 집을 알아두기 위해섭니다.”
“그래요? 그래서 습격할 셈이었나요?”
“천만에요. 내가 왜 숙녀의 집을 습격합니까? 저도 한 가지 물읍시다. 사실은 나경미씨에 관해서 알고 싶은 게 있는데 그날 틀림없이 명동 코스모스 백화점 앞에서 헤어졌습니까?”
“그 얘기가 왜 그렇게 중요하죠?”
“중요합니다. 지금으로선...”
“나경미가 일을 저지르기라도 했나요?”
“우선 서정숙씨만 알고 있으세요. 약속을 해줘야겠습니다.”
“약속이라뇨?”
“이건 김상필 회장이나 우일그룹의 사회적인 체면 때문입니다만, 실은 나경미씨가 실종됐습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서정숙은 순간 핼쓱해졌다.
“그렇습니다. 지금 만 27시간 경과했습니다.”
“어머나, 그래서...”
“그래서 마담의 도움이 필요했던 겁니다. 지금까지 나경미씨를 마지막 본 것은 마담이거든요.”
“그렇군요.”
“그때 경미씬 어느 쪽으로 갔습니까? 간 방향 말입니다.”
“명동성당 쪽으로 갔어요. 참 그때 뭐라고 했는데...”
서정숙은 미간을 모으며 생각하는 얼굴이 됐다.
“뭐라고 했습니까?”
“아, 생각이 나요. 성당 앞 어느 꽃집에 동창이 있다고 거길 들른다고 했어요.”
이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성당 앞 어느 꽃집의 친구. 그 여자라면 지욱도 알고 있었다.
얼마 후에 우형빈은 지욱과 함께 명동성당 앞에 와 있었다.
꽃집 <카네이션>.
나경미가 그 꽃집으로 갔을 거라는 서정숙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경미를 마지막 본 사람은 또 한 사람 늘어나는 셈이다.
“저 집이지”
“가게 안에 보이는 여자가 영숙이라는 아내 친굴세.”
“뭐라고 물어 본다? 또 운전수로 둔갑해 볼까?”
“아니야, 내가 들어가지.”
지욱은 친구를 세워놓고 꽃이 가득한 화원의 문을 열었다. 바닥에 비질을 하던 오영숙이 고개를 들다가 반색이 됐다.
“어머, 어서 오세요.”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쩐 일이세요. 경미는 어디 있죠?”
영숙을 밖을 두리번거리며 지욱과 함께 온 경미를 찾는 눈치였다.
“집사람은 안왔습니다. 성모병원에 아는 사람이 입원하고 있어서 들렀습니다. 꽃이나 한 묶음 주십시오.”
“그러세요. 어떤 꽃이 좋을까요?”
영숙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화원 안에 가득한 꽃들을 둘러봤다. 그 많은 꽃들 속에서도 영숙은 꽤나 아름답게 보였다. 경미처럼 요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난초처럼 청초한 아름다움이 오영숙에게는 있었다.
“뭐, 아무거나 주세요. 카네이션이 좋겠죠?”
영숙은 카네이션을 골라 보기좋게 묶고 있었다.
“경민 왜 안 왔어요? 같이 나오시잖구요.”
“어저께두 여기 들렀을 텐데요 뭐.”
“들르지 않았어요. 걘 요즘 통 발걸음을 안한다니까요.”
“그래요? 집사람이 어제 여기 들른다고 했는데...”
“호호, 들렀으면 들렀다고 그러지 왜 숨기겠어요? 경민 신혼 재미에 깨가 쏟아져서 여긴 오지도 않아요.”
지욱은 또 절망을 느꼈다. 영숙에게 꽃다발을 받아들고 정신없이 가게를 나왔다. 그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 우형빈이 다가왔다.
“들르지 않았대.”
“무슨 소리야?”
“요즘 전혀 꽃집에 들른 일이 없다는군.”
“그럼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나?”
“꼬차게 주인하고는 어느 정도의 사인가?”
“영숙씬 거짓말할 여자가 아니야.”
“그럼 서마담이 거짓말을 했을 거야. 틀림없이.”
두 사람은 명동의 인파 속에 섞였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아내가 명동성당 쪽으로 가긴 갔지만 꽃가게엔 들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하긴 그렇군.”
“이래 가지곤 한이 없겠어. 가자구.”
“어딜 가나”
“자네 집으로 가자구. 다시 대책을 세워 봐야겠어.”
그리고 또 하루가 속절없이 지나갔다.
지욱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에 직원이 요즘 개발중인 컴퓨터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로 지욱에게 찾아와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돌아갔을 뿐이었다.
김상필 회장도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슬리퍼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지욱의 방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얼굴 가득히 수심에 잠긴 김상필 회장이 방에 들어섰다.
“이제 일어났니?”
“아닙니다.”
아내가 없는 방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침대에 이불이 그대로 놓여있었고 지욱의 옷도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지욱아.”
“네, 아버지.”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니?”
“경미한테선 꼭 연락이 올 것만 같습니다.”
“벌써 48시간이 지났어. 변이 나도 단단히 난 사람이야. 그렇지 않고는 여태 소식이 없을 리가 없지 않니?”
“......”
“사장 부인이 어제 회사에 왔더라. 몹시 걱정하고 있어. 여류 명사인만치 떠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 어른의 고통도 말이 아니야. 그러나 어떡하겠니? 신고 하자. 경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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