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야당이 15일 담뱃값 인상을 '서민증세'로 규정하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당선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정부는 국민들에게 아무 설명이나 사과 없이 연이어 서민·중산층에 대한 증세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있다"며 "결국 여당과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부자증세는 없고, 서민증세만 있는 복지'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증세는 없다던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2조8000억원,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로 1조4000억원을 증세해 지금까지 발표한 것만 4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하며 "이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지출 축소 등을 통해 내수 및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재위원들은 또 "더욱이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는 것은 중앙정부 세수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현재 담뱃세 중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합해 962원으로 전체 담배 관련 세금 1550원 중 62%를 차지하고 있으나 정부 계획대로 개별소비세가 신설돼 담뱃값이 인상되면 지방세는 1450원이 돼 전체 담배 관련 세금 3318원의 43%로 하락하게 된다"며 "결국 담뱃세의 기본성격이 지방정부 재원에서 중앙정부 재원으로 변질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재위원들은 그러면서 "세제정상화 사회적합의를 위한 논의 기구 구성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를 즉각 시작하라"며 "만약 새누리당과 정부가 우리당 위원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서민들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세법개정안을 계속 추진한다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같은당 양승조 의원도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정책이라는 응답은 33.0%인데 반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시키는 서민증세라는 응답은 2배 가까운 61.1%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흡연자 중에서는 77.3%가 서민증세라고 응답해 비흡연자의 응답(54.4%)보다 훨씬 높았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국민들은 정부 발표의 본질이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증세이며 그 부담이 서민과 중산층에 집중되는 서민증세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서민증세안을 단호히 막아야 할 책임이 야당에 있다"며 "처음에는 막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결국은 인상률 조금 낮추는 식으로 어물쩍 타협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은 서민증세안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대응방침을 밝혔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세율 변경은 어느 경우에도 사회적 논의가 중요한데 이번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입법예고 기간은 4일에 불과하며 극히 일방적인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세제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