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이번 2014인천아시안게임의 흥행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가 개최국인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높이다.
한국이 1988서울올림픽을 이미 개최하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눈 앞에 두고 있는데다 이미 2012런던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하는 등 2004아테네올림픽 이후 3회 연속 10위 이내에 들고 2013소치동계올림픽에서 13위로 처지기는 했지만 2009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는 등 숱한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한 만큼 올림픽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아시안게임 2위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관심조차 갖겠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의외로 지난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아직 없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여러 명 존재해 이들의 금메달 획득 여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2012런던올림픽으로 직행해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사자처럼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나름의 부담감도 있다.
'한국 여자권총의 간판' 김장미(22·우리은행)를 먼저 꼽을 수 있다.
2012런던올림픽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해 금메달이 없다. 고향이 인천이어서 금메달 욕심이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뚝이 역사'로 일컬어지는 역도의 사재혁(29·제주도청)도 인천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2008베이징올림픽 7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사재혁은 뒤이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어깨 부상으로 불참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림픽 2연패를 꿈꾸며 출전했던 2012런던올림픽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어 꿈을 접어야 했던 사재혁은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왕의 귀환'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특히 2007년 시니어시절부터 지켜오던 77㎏급을 뒤로 하고 한 체급 높은 85㎏급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레슬링의 김현우(25·삼성생명)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레슬링의 역대 세 번째 그랜드슬램 달성을 이룰 태세다.
2010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현우는 광저우아시안게임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 출전했으나 2회전에서 탈락하며 한국의 2008베이징아시안게임에 이은 2연속 노골드 굴욕을 지켜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이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부문을 제패하더니 마침내 2012런던올림픽에서 오른쪽 눈부상을 이겨내고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74㎏급(현 75㎏급)으로 체급을 올린 그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를 연이어 정복하며 이 부문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물론 최종 목표는 2016리우올림픽이다.
'미녀검객' 김지연(26·익산시청)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나선다.
2011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그는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지연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김혜림)이 금메달을 땄던 사브르 개인전에서 2연패해야 하는 또 다른 임무도 부여 받았다.
'한국사격의 간판' 진종오(35·KT)와 '배드민턴의 대들보' 이용대(26·삼성전기)는 아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믿어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오히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처지다.
진종오는 이미 2008베이징올림픽(50m 권총)을 시작으로 2012런던올림픽(10m 공기권총, 50m 권총)에서 3개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2006도하아시안게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지만 모두 단체전이었다.
진종오는 "이번에는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 부담되는 부분도 있지만 부담을 재미로 만들기 위해서는 꼭 금메달을 따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용대는 2008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아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없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연속으로 출전했지만 남자복식 동메달, 남자단체전 은메달을 연속으로 목에 걸었을 뿐이다.
2012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그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사냥해 2016리우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레이스를 다시 펼칠 각오다.
특히 올해 초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인한 약물검사 절차 규정 위반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 받아야 했던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간신히 벗어나 참가할 수 있게 된 아시안게임이어서 금메달에 대한 열망이 더욱 크다.
이용대는 "인천아시안게임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대회다. 좋지 않은 일을 겪은 뒤 참가하는 대회이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최근 성적도 좋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