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국 성향의 후보에게만 자격을 부여하기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홍콩 야권과 민주세력이 강력히 반발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제10차 전체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홍콩 특별행정구 보통선거 문제 및 2016년 입법회 구성 방법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켰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특구뿐만 아니라 중앙인민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아이궈아이강(愛國愛港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하는 인사가 홍콩 장관직을 맡아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인대는 홍콩 행정장관이 선출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명문으로 규정했다.
그 방식은 ▲ 광범위한 대표성을 가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 추천위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절반 이상의(과반) 지지를 받는 2~3명의 행정장관 후보자를 선출한다 ▲ 홍콩 주민이 투표를 통해 후보자 중 1명의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 중앙정부가 최종 후보를 홍콩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인대 상무위는 또 2016년 홍콩의 입법회 구성 방식의 변경 문제와 관련, 현행 규정을 수정하지 않고 현행 제5기 입법회 구성 방식과 방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평론 기사를 통해 급진적인 위법 행보로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고, 외부 세력을 이용해 중앙정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홍콩을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길에서 멀어지게 하는 시도를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보추천위원회에는 친중 인사가 대거 포진될 것으로 예상돼 중앙정부가 홍콩에 직선제를 허용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반쪽 직선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한 간선제로 행정장관을 선출해 왔다.
이러한 전인대 결정에 대해 크게 실망한 홍콩의 야권은 이날 홍콩 정부청사 앞 공원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의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현지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의 주도로 홍콩 주권 반환 17주년인 지난 7월1일 50만명의 홍콩 주민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도심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아울러 이번 반 중앙정부 사태는 마카오, 대만으로 영향을 확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마카오에 있는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 학자 54명은 공개 성명서를 내 전인대의 이런 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대만 반정부 시위 학생 지도자들도 홍콩 야권에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