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4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총리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슬로바키아 주요 가스 기업 대표들과 만난 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가스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실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제재 방침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EU로부터 원조를 받는 등 연계를 맺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 모두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의미 없는 제재보다는 다른 방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 제재안을 승인한 이후 나왔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열린 러시아 제재 법안 표결 회의에서 450명 재적 의원 중 244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에 러시아 제재 결정 전권을 위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재 방안으로는 러시아 인사 및 기업들의 상업 활동 제한, 자산 동결, 우크라이나 영토를 이용한 자원 수송 및 항공 운항 전면 및 일부 금지, 대러시아 경제 금융 의무 이행중단, 사업 허가 중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자국을 경유해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 가스 운송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어 서방과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출혈 경쟁을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경제 펀더멘탈이 약한 슬로바키아가 입는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슬로바키아는 지난 2009년 가스 가격을 둘러싼 분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차단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슬로바키아는 가스 수요 대부분을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