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거포' 박병호(28·넥센 히어로즈)가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과 자신의 홈런을 연결짓는 것이다.
"목동구장 경기라 편하겠다"는 질문을 받으면 "목동이라 편한 것이 아니라 홈구장이기에 마음이 편한 것이다"고 고쳐 답한다.
올 시즌 나타난 홈런 비율을 보면 틀린 이야기라고 부정하기만은 어렵다.
29일 현재 32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이중 22개를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기록했고 나머지 10개를 원정구장에서 때렸다. 비율로만 따지면 목동구장이 확실히 많다.
목동구장은 좌우가 각각 98m이고 타석에서 가장 먼 가운데 담장까지가 118m다. 국내에서 제일 큰 잠실구장(좌우 100m·가운데 125m)와 비교하면 확실히 작다.
하지만 올 시즌 박병호의 홈런 비거리를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올 시즌 박병호가 친 32개의 홈런 비거리 총합은 무려 3980m. 평균 비거리는 124.4m다. 잠실구장에서도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홈런이 됐다는 이야기다.
박병호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회말 윤근영을 상대로 왼쪽 그물망을 넘어가는 장외 솔로포를 쳤다. 비거리가 135m에 달했다.
박병호가 올 시즌 목동구장에서 장외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벌써 4번째다.
2008년부터 프로구장으로 사용 중인 목동에서는 역대 5번의 장외홈런이 나왔다. 2009년 당시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브룸바가 처음이었고 나머지 4번은 모두 박병호가 올해 때려냈다.
벌써 7시즌째 프로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목동에서 고작 5번의 장외홈런이 나왔고 이중 4번을 박병호가 쳤다면 '작은 구장이라 홈런이 잘 나온다'이라는 단서를 달기가 머쓱하다.
실제로 박병호의 32개 홈런 중 21개의 대포는 비거리가 125m 이상이다. 21개 모두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장거리포다.
박병호가 목동구장에서 유독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 이유는 "홈구장이라 편안한 것"이라는 스스로의 말처럼 마음에 달려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14홈런을 쏘아 올렸던 박병호의 페이스가 다소 수그러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벌써 장외포를 4개나 쏘아올린 박병호에게 '목동구장 거리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