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동의의결제도를 운용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적인 법 집행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9일 '동의의결제도의 문제점과 입법과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적 집행권한이 동의의결제도를 올바르고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의결제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피해구제 등의 방안을 제안하면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지난 3월 네이버·다음 사건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조사처는 "공정위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의의결을 결정할 때 위법성 여부를 부실하게 판단해서 사건을 종결하면 기업만 위반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다"며 "시행이 얼마 되지않아 오는 경험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적절하게 운영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봤다.
조사처는 동의의결제가 적용된 네이버·다음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피해 구제는 미흡했다는 평가와 함께 "사소(私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피해구제를 받았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훨씬 이득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처는 "위반사안에 관한 판단을 분권화한다면 공정위의 독점적 집행권한을 견제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원적 경쟁법 집행구조에서는 상호 경쟁과 비판·견제기능을 통해 불합리한 결정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은 미국은 경쟁법 사건에 관한 합의해결제도를 이원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동의명령제(FTC)는 연방거래위원회가 관장하고 동의판결제(DOJ)는 법무부가 관장하는 등 합의해결제도가 이원화돼 있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의 상호 견제 및 감시가 가능하다.
이건묵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내에서는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검찰총장과 서면으로 협의해야 하는 과정이 있지만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정거래위의 독점적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쟁당국의 분권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공정위는 네이버·다음에 이어 두 번째로 독일 SAP에이지의 한국법인인 SAP코리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