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이용수(55) 대한축구협회 신임 기술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이 기술위원장은 2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한국 축구의 수준을 질적인 차원에서부터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14년 전에 기술위원장에 선임됐는데 다시 한 번 중책을 맡게 됐다. 책임감이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기쁜 마음이다"며 "기술위원장이라는 자리는 한국 축구를 좋게 만들 수 있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을 텐데 내게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게 생각한다. 노력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아쉬운 경기 내용과 결과 등을 거뒀지만 기술위원회가 요술 방망이처럼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바꾸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기술위원회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5년 뒤 10년 뒤 길게는 20년 뒤를 내다보며 한국 축구의 수준을 질적인 차원에서부터 바꿔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추천 조건을밝혔다.
이 기술위원장은 "신임 사령탑 후보로 많게는 내국인 15명 이내, 외국인 15명 이내의 리스트를 만들어 본격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며 "아직 누가 명단에 올라 있는지는 얘기할 수 없다. 단 이상적인 대표팀 감독은 성인부터 유소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큰 비전을 갖고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고 본다. 또 대표팀 혹은 클럽팀에서의 경험과 리더십, 인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을 추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간이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론 오는 9월 A매치 때까지는 신임 감독이 관중석에서 대표팀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기본적으로 2018러시아월드컵까지 계약을 맺겠지만 본선 진출 여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의 결과를 두고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위원장은 서울체고~서울대를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공부하는 축구인'으로 꼽힌다.
앞서 협회에서 기술위원(1997~1998)과 기술위원장(2000~2002)을 지냈고 특히 2002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4강 신화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부터는 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을 맡았고 현재 KBS 해설위원과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한편 새롭게 선정된 기술위원은 조영증(60)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김학범(54) 전 강원FC감독, 김남표(50) 축구협회 전임강사, 최영준(49)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최인철(42) 여자축구 현대제철 감독, 신재흠(55) 축구협회 기술위원, 정태석(42) 분당베스트병원 재활센터장 등 7명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기술위원장 취임 소감은.
"지난 2000년 11월, 정확히 14년 전에 기술위원장을 맡았는데 이번에 다시 중책을 맡게 됐다. 책임감이 무거우면서도 영광스럽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기술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축구를 좋게 만들 수 있는 자리다. 일하고 싶은 분들도 많았을 텐데 내게 그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노력하겠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아쉬운 경기 내용과 결과 등을 거뒀지만 기술위원회가 요술 방망이처럼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바꾸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술위원회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5년 뒤 10년 뒤 길게는 20년 뒤를 내다보며 한국 축구의 수준을 질적인 차원에서부터 바꿔나가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겠다."
- 기술위원회가 나아갈 기본적인 방향은.
"국가대표팀을 포함한 각급 대표팀에 대한 지원, 국내 축구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고민, 축구 지도자를 육성하는 임무. 이 세 가지가 기술위원회가 해야 할 가장 큰 임무라고 본다. 각급 대표팀에 대한 지원 시스템에는 스포츠 의·과학, 기술·전술적인 지원 등이 있다. 또 부상 예방과 장기적인 유소년 축구프로그램 등 큰 틀의 축구지원시스템도 필요하다. 국내 축구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 축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세계 축구의 트렌드는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세계와 우리와의 차이를 찾아내고 그것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축구 지도자 육성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 학원 축구시스템은 초·중·고로만 구분돼 있는데 더 장기적으로 선수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격증에 대한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
- 기술위원회 구성은.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줬다.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줄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젊은 층의 축구 관계자도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고사한 분들이 있었다. 저를 포함해서 총 8명의 기술위원을 구성했다.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김학범 전 강원FC감독, 김남표 축구협회 전임강사, 최영준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최인철 여자축구 현대제철 감독, 신재흠 축구협회 기술위원, 정태석 분당베스트병원 재활센터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셨다. 앞으로 기술위원회의 수와 상근위원의 수를 더 늘리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 기술위원회는 얼마나 자주 열리나.
"상근위원을 중심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매일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오는 30일 오후에 파주NFC에서 공식적인 첫 기술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그때 1박2일 동안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특히 차기 감독 선임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기술위의 회의 주기에 관해서는 지금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상근위원들이 파주에 거주하면서 여러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위원들도 자주 모일 생각이다."
-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은.
"내 개인 이메일로도 많은 분들이 지원서를 보내오고 있다. 30일 기술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많게는 내국인 15명 이내, 외국인 15명 이내의 리스트는 만들 것이다. 정확히 누가 명단에 올라 있는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 내·외국인을 포함해서 누가 차기 감독으로 적절할지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부터 유소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비전을 갖고 이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월드컵 또는 클럽팀 감독으로서 어느 수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 감독으로서의 리더십과 인성적인 부분까지 갖추고 있는 분이 대표팀 수장이 돼야 한다고 본다."
- 내국인과 외국인 감독이 지닌 각각의 장점은.
"내국인 감독의 경우 대표팀을 새롭게 꾸리고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쉽고 빠르게 대표팀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 경우 현재 세계적인 축구의 변화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세계에서 잘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 외국인 감독의 경우 비용 문제도 있는데.
"2002한일월드컵을 준비할 때는 정몽준 명예회장께서 "외국인 감독 선임에 돈이 문제가 된다면 내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당시에는 우리가 월드컵 개최국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현실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 협회의 예산을 고려할 때 무작정 이상적인 지도자를 돈을 많이 들여서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비용에 대한 부분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 그와 함께 올 수 있는 외국인 스태프들까지 생각해야 한다"
- 감독 선임 시기와 계약 기간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나.
"시간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9월 A매치 때는 신임 감독이 관중석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하고 싶다. 만약 외국 감독이 된다면 계약 문제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감독의 계약 기간은 사실 생각보다 지켜지기가 어렵다. 잘 알다시피 계약 기간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만약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다면 개인적으로는 2018러시아월드컵 때까지는 계약을 맺고 싶다. 다만 본선에 진출할 경우에만 이 계약기간을 지키겠다는 단서 조항을 넣을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 계약 기간을 지켜주기가 어렵다."
- 내년이면 바로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이 있는데.
"어떤 감독이 선임되든 아시안컵 한 대회만 가지고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기에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개인적으로 아시안컵 자체만 가지고 새로 선임한 감독을 경질할 생각은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는 시간적인 여유를 줘야한다고 본다. 내년 아시안컵은 K리그 시즌이 끝난 뒤 열리기 때문에 연맹과 잘 논의만 한다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감독이 정해지면 9~11월 A매치를 통해 아시안컵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좁히고 12월~1월에는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감독 선임을 못하면 대행체제로 가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9월 A매치에 쫓겨서 급하게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가지고 좋은 감독님을 모실 계획이다."
-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기술위원회가 축구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술위원들이 어떤 조건을 내걸거나 혹은 이것을 안 들어주면 우리도 안 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기술위원회에서 좋은 생각을 만들어낸다면 협회가 들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술위원회가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 기술위원회의 일은 이미 독립성이 보장돼있다. 다만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기술위원회의 결정들이 실제로 축구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기술위원회에서 감독을 추천할텐데. 제도에 변화가 있나.
"기술위원회가 감독을 추천하는 지금의 형태보다는 기술위원회의 부담을 덜어주고 결정 과정을 조금 더 간소화하기 위해 다른 식의 감독을 선임하는 방법들이 검토된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만약 협회 정관이 바뀌게 된다면 거기에 맞춰서 잘 처리하겠다."
- 대표팀을 맡는 전임과 후임 감독 간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데.
"감독이 바뀌면 뭔가 전체적으로 단절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감독이 사퇴하면 코칭스태프도 모두 바뀌기 때문에 일정 부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협회에서는 이미 월드컵 백서를 준비했다. 앞으로 이러한 작업이 청소년, 여자대표팀 등 모든 대표팀에서 이뤄져야 한다."
- 현재 세계 축구의 흐름과 한국 축구의 주소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나타난 특징은 강팀들이 예전보다 더 수비지향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공격 상황에서는 빠른 스피드의 축구를 한다. 거기에 선수들의 절묘한 개인기와 결정력이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부터 나타났다. 많은 수의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두면서 수비 중심적으로 운영을 하다가 공격 상황에서는 결정력을 갖춘 2~3명의 공격수가 골을 만들어 낸다. 우리 선수들의 경우 스피드는 좋지만 개인기와 골 결정력이 다소 부족하다. 이러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에 더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체력적인 준비가 잘 돼 있을 때 좋은 결과를 냈다. 강한 팀들과 경기를 할 때는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