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선생님, 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제5회 핸드볼 세계여자청소년(18세 이하) 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쾌조의 분위기다. 하지만 유독 한 선수의 표정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센터백 이하늘(17·황지정산고)이다.
이하늘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왼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입었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슛을 시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다쳤다.
경기 후, 곧장 인근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더 이상 뛸 수 없다.
이하늘은 오세일(47) 감독에게 "선생님, 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요?"라고 물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노력과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중학교 3학년 때, 16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하늘은 이번이 3번째 국제대회 출전이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만큼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좀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많이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팀과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컸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엔트리(16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강은혜(18·구리여고)를 대체자로 선발했다.
정건순(29) 대한핸드볼협회 대리는 "(이하늘은)한국으로 돌아가면 곧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표팀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했다.
선수단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가라앉은 이하늘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선수단의 노력도 대단하다.
공교롭게 스웨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 조별리그 전승을 확정지은 7월26일은 이하늘의 생일이다.
선수들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하늘이 모르게 생일케이크를 준비해 촛불을 켜고, 생일 노래를 부르며 깜짝 파티를 열었다.
유일한 여자 코치인 이근미(39) 코치는 미리 물에 불린 미역으로 생일을 기념하는 미역국을 끓여 먹였고, 김진수(59) 단장은 따로 준비한 인형과 꽃다발을 주며 안아줬다.
오세일(47) 감독과 박현룡(45) 골키퍼코치는 제자의 기를 살리기 위해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는 수모(?)도 감수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카자흐스탄, 브라질, 네덜란드 선수들도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함께 박수를 치며 이하늘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하늘은 또 울었다. 이하늘은 "코트에는 못 서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언니, 동생들 모두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해서 첫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했다.
이하늘은 목발을 짚고도 열외하지 않고, 경기장과 연습장을 모두 따라다니며 묵묵히 17번째 선수의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