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오윙스밀스GC(美메릴랜드주) 먼저 홀아웃을 한 박인비(26 KB금융그룹)와 유소연(24 하나금융그룹)은 18번 홀이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앉아 뒷조인 최나연(26 SK텔레콤)과 김인경(26 하나금융그룹)을 기다렸다. 다음날 예정된 일본과의 맞대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였다.
25일 메릴랜드주 오윙스 밀스 케이브스 밸리 골프클럽. LPGA '골프월드컵'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 이틀째 경기에서 한국이 조 2위를 유지하며 일본과의 숙명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국가별 상위 4명의 랭킹을 합산, 모두 8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A조 미국(시드국) 태국 스페인 대만, B조 한국(시드국) 일본 스웨덴 호주가 2명씩 2팀을 구성, 3일 동안 포볼 매치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조예선 성적에 따라 1, 2위와 와일드카드를 차지한 1개국, 총 5개국이 마지막 날인 27일 싱글 매치 플레이로 우승을 겨루게 된다.
24일 호주전이 박인비 류소연의 날이었다면 25일 스웨덴전은 최나연 김인경의 날이었다. 호주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박-류 조가 1다운으로 아쉬운 패배를 안았지만 2번팀인 최-김 조가 절치부심, 1업으로 승리함으로써 전날의 아픔을 달랬다.
2승2패 승점4점으로 조 2위를 유지한 한국은 27일 2승2무 승점 6점으로 선두를 달리는 일본과의 조리그 마지막 경기가 결승진출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일본전에서 한국은 두 팀 모두 승리해 결승 티켓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다. 1승1패를 나눠가질 경우, 조2위 동률시 플레이오프의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태극 낭자군 4인은 최나연-김인경 조가 1승을 따낸 직후 10여분간 홀에 머물며 이날 경기를 돌아본 후 구수회의를 갖는 등 일본전 전략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박인비 : “너네(최나연 김인경) 오늘 보기 하나도 없지? 그러니까 호흡이 잘 맞는거야..내일 미카 미야자토랑 마미코 히가가 1번으로 나올 것 같아..아이 미야자토는 2번..”
김인경 : “(심리전으로) 영어 많이 해야겠다..(혀를) 막 굴려서” (일동 폭소)
유소연 : “그런데 마미코는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멀리 때려..”
최나연: “우리가 지난 이틀간 전략이 괜찮다면 계속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시행착오를 안해도 되니까..팀을 바꾸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선수들과 하게 될지...아이랑 미카랑 칠 때 승수가 많은 사람이 있잖아..그동 안..난 아이보다 미카랑 할때 훨씬 더 많이 이겼어...아이가 당연히 한국 경계하지...아이가 누굴 보면 약한 모습 보일까..”
한국은 최나연-김인경이 미카-마미코를, 박인비-유소연은 아이 미야자토-사쿠라 요코미네를 맡기로 하고 1차 전략회의를 마쳤다.
이날 오윙스 밀스 케이브스 밸리 GC엔 한국인 팬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미니 태극기 두장을 머리띠처럼 만든 응원소품을 두르고 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조용한 성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뺨에 태극기와 파이팅 구호를 페인팅했고 최나연과 유소연의 경우, 태극기 바클 허리띠를 착용해 시선을 끌었다. 또한 한국 관광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과 대회 스폰서인 기아자동차 K900모델도 갤러리들의 시선을 모으는 등 한국의 홈을 방불케 했다.
26일과 27일엔 뉴욕과 워싱턴 DC 일원에서 한인동포들이 전세버스를 대절하고 수백명이 단체 응원을 벌일 계획이어서 더욱 뜨거운 ‘대한민국’의 열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