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유병언 체포 소식만을 기다려오던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검찰과 경찰에 대한 무능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새누리당이 경찰의 잘못으로 사태 파장을 한정지으려는 것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 차원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다며 전방위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눈앞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부여가 불가피해졌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유병언은 발견됐지만, 여야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무성 “유병언 사체 확인 못한 경찰 잘못 책임져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2일, 유병언 변사체 발견 소식을 접하고 경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7.30재보궐선거 유세 지원 차 울산을 찾은 자리에서 “(유 전 회장 별장과 시체 발견 장소가) 2.5km 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확인을 안 한 것은 경찰이고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변사체가 발견된 지 40일 넘도록 시체가 누구인지 확인조차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의 잘못”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시체가 제대로 유병언인지 아닌지 빨리 맞춰보지 못했던 무능한 경찰이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빠진 세월호 참사가 생긴 것”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정부의 무능은 아니고 경찰의 무능”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민현주 대변인도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충격적이고 허탈하기만 하다”는 입장을 냈다. 민 대변인은 다만 “유 씨의 사망이 최종 확실시 된다면 유 씨에 대한 공소권은 사라지지만, 검찰은 흔들림 없이 차질 없는 후속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민 대변인은 이어 “특히 변사체가 유 씨로 최종 판명되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이유를 비롯해 도피 조력자들과 떨어져 홀로 숨진 채 발견된 이유, 유 씨의 사망이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 등 여전히 남아있는 국민적 의혹과 의구심을 낱낱이 해소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 씨의 사망과는 별개로 유 씨의 자녀와 친척 등 세월호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검거와 수사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한 점의 의구심도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가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덧붙여 말했다.
◆새정치, 각종 의혹 제기하며 “진상조사위 수사권 필요”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정부를 겨냥해 비난을 쏟아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군대까지 동원해 유병언 잡겠다고 큰소리치던 검찰과 법무장관”이라며 “생포는커녕 시체를 은신처 코앞에서 발견해놓고 40일간 방치한 어이없는 정권, 어이없는 검찰, 어이없는 법무장관”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은 이제 전무후무한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면서 “어제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는 뭐고 밤새 나온 소식은 또 뭔가.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신뢰의 위기다. 과연 이런 어이없는 정권에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냐”고 정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냐”며 “그래서 더더욱 세월호 진실규명이 중요해졌다. 진실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자료 확보를 위한 제한적 수사권한 부여도 그 의미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대변인은 이날 “경찰은 6월12일 사체를 확보해서 DNA 검사절차를 진행하고 검찰은 어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며 “법무부장관도 어제 예결위에 나와서 ‘체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제 거취를 결정할 때가 됐다”고 황교안 장관 문책론을 제기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국가시스템이 붕괴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단면 그 자체”라면서 “또 다른 중요한 증거가 사라졌다. 점점 증거가 인멸돼가고 있다. 이런 검찰과 경찰에 어떻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맡기겠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 대변인은 “그래서 진상조사위원회가 중요한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에 제한적 범위 내에서라도 제대로 자료제출을 확보할 수 있는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유병언 변사체 발견) 새벽 최초 보도에서 ‘부패가 너무 심해서 유골만 남은 상태’여서 엉덩이뼈를 체취해 친형 DNA와 대조했다고 한다”며 “여러 언론들이 진짜 친형인 줄 어떻게 아느냐며 대조결과 신뢰에 문제제기를 하니, 이제야 오른손 지문이 일부 남아서 지문대조 했다고 말한다. 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아울러, “경찰이 저렇게 검찰을 제치고 완전히 뒤통수치고 오늘 대대적으로 생중계했는데 이 일은 경찰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면서 “유병언 사체를 확보해서 최종적으로 유병언 사체라고 판단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박 대통령은 지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직접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지난 100여일 동안 모든 언론을 가장 많이 장식한 키워드는 유병언이었다. 그럼 당연히 대통령은 보고를 받았어야 하고 지시했어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위원회만이 이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애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수사당국이 총체적 무능을 드러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 대변인은 “밀항에 대한 여러 추측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아니다. 국내에 있다’며 검찰은 빅데이터 등 첨단기법으로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유 씨에 대해 최장기 60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21일 밤에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인원 145만명에 이르는 경찰, 그리고 110명에 이르는 검찰인력, 민관에 더해서 육해공군까지 동원했고, 반상회와 함께 전국에 전단지까지 뿌렸다”며 “이렇게까지 검거에 나섰지만 유병언은 송치재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그것도 사망 시기를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평소 그렇게나 많이 주장해왔던 정황증거들은 이번에는 시신이 발견되고도 40여일이나 묵혀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지휘 능력의 무능함에 더해 경찰 수사당국의 무능함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나는 국가기관의 무능함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수사 초동단계, 즉 수사의 골든타임도 놓쳐버린 수사당국”이라며 “이제 국민은 유병언 죽음이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으나 이런 검찰과 수사당국의 무능함과 부실함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드시 수사권을 담아야 한다는 국민의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는 것을 정부와 새누리당은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