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자신의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정영석(30)씨가 항소심에서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이 선고 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민유숙)는 24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정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양형을 위해 법무부와 대법원을 통해 최근 10년 간 사형선고가 확정된 사례, 동종 범죄인 존속살해 사건의 양형 현황,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례 등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10년 동안 사형이 확정된 사례는 총 16건으로, 주로 ▲2명이 넘는 복수의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살인죄에 강도 등 중대 범죄가 결합된 경우 ▲살인의 방법이 잔혹한 경우 등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0년 간 사형이 확정된 사례 중 적어도 13건은 이 사건보다 무거운 범죄에 해당하며, 이 사건보다 가벼운 범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과 동종범죄인 존속살해 중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건은 2005년 이후를 기준으로 총 13건"이라며 "피고인에게 다른 전과가 있었거나 범행 수단이 더 잔혹하고, 더 많은 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건들이 이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형 선고 요건은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다른 사건들과의 균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사망한 아내 김모씨가 정씨에게 범행의 수단과 사체 은폐 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점과 정씨의 친인척들이 정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도 양형 요소로 참작됐다.
재판부는 "정씨가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씨에게 교화의 여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지난해 8월13일 인천 남구에 거주하던 친어머니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자 어머니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뒤이어 형에게도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인 뒤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범행 직후 아내 김씨와 함께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 야산에 어머니와 형의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도록 사체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정씨의 아내는 정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한 직후 전화 통화를 하며 정씨에게 사체 처리 방법 등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이 사건 범행 이후 경찰에 어머니가 실종됐다며 신고를 했다가 자신이 용의자로 몰리자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아내의 진술로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자 범행을 자백했다.
이 과정에서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경찰에게 알렸던 정씨의 아내 김씨는 자신이 공범으로 몰리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8명이 사형 의견을 냄에 따라 정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