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단행하는 영업점 정리와 직원 구조조정이 오히려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와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회사들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영업점포 정리와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드는 추세"라며 "은행들이 판매·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점포정리와 인력 구조조정을 매달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말 현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성인인구 10만명 당 은행 점포수는 평균 25개인 반면 우리나라의 성인 인구 10만명 당 점포수는 18.4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단기적인 비용 때문에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금융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숙련된 금융 인력에 대한 투자와 안정된 근로 여건의 보장, 지점과 영업점의 확대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도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은행의 사례를 들며 권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대신 고부가가치 지역에 인력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웰스파고 은행 역시 인력 감축이 아닌 인력 확대를 통해 점포의 영업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강 교수는 "단기적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와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들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배 소장은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강화에 따른 비용증가, 오프라인 채널 축소와 모바일 금융확대, 저수익 기조 고착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금융사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권은 근로자, 경영자,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며 "보상체계 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문가들은 "위기에 빠진 금융사들이 인력감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유연한 고용체계와 임금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남홍 전국은행연합회 사무처장은 "금융산업의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익창출 방안과 더불어 임금 비용의 탄력성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현재 은행권의 임금이 호봉제이기 때문에 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반영할 수 있는 임금제도 하에서는 경영자가 인력 감축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적정수준의 임금은 보장하되 임금의 자동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능력과 성과를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여전히 획일화된 직제, 인사관리시스템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의 다양화와 정년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지점장까지 승진하는 체계에서는 지점장 이후 승진할 곳도 없는 데다 이들을 대우할 방법도 없기때문에 승진속도나 임금인상분을 조정해 정년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획일적으로 긴 근로시간보다 교대제 근무, 시차 근무제 등을 도입해 근로시간은 줄이되 고객들의 수요에 적합한 평태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