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과 함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소비 부진 등으로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 경제연구소 및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게 그 방증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잃으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운 만큼 서둘러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게 최 후보자의 인식이다.
최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로 통한다. 벌써부터 '실세 부총리', '책임 부총리' 등의 수식어가 뒤따른다. 이에 따라 기재부의 정책 조정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후보자는 조만간 취임식을 치르자마자 종합적인 경기 대책을 망라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적자 감수하고 재정 투입
새 경제팀의 최웃헌 과제는 내수 침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경을 할 수도 있고 내년 예산 편성을 확장적으로 할 수도 있다"며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 예산에서 적자재정을 확대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추경 편성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분위기다. 최 후보자는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는다"고 진단했지만 현재 상황을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인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추경 대신 내년 예산 지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15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올해보다 8조9000억원 줄어든 17조원으로 묶어두기로 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정부가 내년도 재정 적자 규모를 이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최 후보자 취임 후 통화 정책의 기조도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기재부 내에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패키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국은행은 1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직접 확장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한데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에 대한 정부와 한은 사이의 인식차가 세월호 사고 이후 좁혀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소비·투자심리 회복에 총력
최 후보자는 규제 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장에 돈이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특히 교육과 의료 등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강도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분야에서 신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만큼 서비스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이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긴 호흡에서 진행돼 왔다면 최 후보자는 단기적인 경기 진작을 위해서도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도 최 후보자의 의지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수도권 기준 주택가격이 20% 하락했고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시기를 늦추고 있다. 전월세 공급량은 한정돼 있는데 실수요자들이 집 구매를 하지 않으면 월세가 올라 서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가격과 거래량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후보자는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해 둔 이익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돌려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재부는 현재 배당성향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사내에 유보해 둔 기업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통해 돈을 풀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배당을 통해 가계 소득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