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10일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14개월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한 명의 금통위원이 13개월 동안 이어진 '만장일치'를 깨고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소수 의견이 인하인지 인상인지 묻는 질문에 "2주 후에 공개되는 의사록을 참조하라"고 했지만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연일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며 "세계 경제 강국들조차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총동원하는 마당에 우리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정책대응을 고딥하면 답답한 현재의 경제상황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한은에도 정책 공조를 이유로 금리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그는 "한은 총재를 자주 만나 경제 인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경기 부진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후보자는 친박계 실세인데다 정부의 중장기 경제정책 기조인 '경제계획 3개년 계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시경제정책과 통화신용정책에는 적절한 긴장관계가 필요한데 '실세' 기재부 장관의 등장은 한은의 독립성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날 금통위의 수정경제전망을 주목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4.2%에서 4.0%로 수정 전망했고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각각 2.1%에서 1.9%로, 2.8%에서 2.7%로 끌어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폭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이 총재는 금통위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를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장 및 물가 전망에서 하방 리스크가 크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완화적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 완화의 정도는 종전보다 줄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매파 성향의 인물로 분류했다. 그는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곧바로 인상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올해 4.0% 성장해 잠재성장률 이상의 회복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방향은 인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이 부각되자 이런 기조는 한층 누그러졌다. 이 총재는 6월 금통위 이후 "당시의 발언은 4.0%의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7월 수정 경제전망 때 다시 얘기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는 이날 금통위 회의를 마친 후에도 "금리 인상에 대한 발언은 4월 4% 성장을 가정한 것이었지 인상 시그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기인식이 단기간에 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내외 상황이 바뀐 만큼 인식은 종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4월 수정전망에서는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고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대외 리스크가 컸다면 지금은 세월호 참사라는 대내 요인의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크다는 것이 지표로 나타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