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김소은(25,사진)에게 귀신 역할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영화 '소녀괴담'(감독 오인천)을 위해 온몸을 하얗게 칠하느라 촬영 전 준비 시간도 배로 걸렸다. 하복을 춘추복으로 바꾼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1~2월, 강원도에서의 촬영은 춥다 못해 살이 아팠다.
김소은은 "귀신분장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분장하고 돌아다니면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 재미있었다. 밤 촬영이 많다 보니 많이 놀라더라. 또 귀신 분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도 기분이 좋았다"면서 신이 났다. "귀신 분장을 하고 스태프들이 지나갈 때 계단 쪽에 몰래 서 있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켜서 얼굴에 비쳤어요. 절 말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말리면 더 할 걸 알아서 그랬나 봐요."
입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가 손뼉를 치며 깔깔 웃었다. 손동작은 풍부했고 말투에는 장난기가 넘쳤다. 그러다가도 특수 분장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녀 귀신으로 분장하는 데만 1시간30분이 걸렸어요. 머리도 쫙 펴야 했고요. 특수 분장 물감이라 알코올로 녹여서 발라야 했거든요. 온몸에서 알코올 냄새가 나서 촬영할 때 소주를 먹은 줄 알았어요."
김소은은 "시간이 지나면 분장이 갈라졌다. 또 매일같이 알코올을 온몸에 바르다 보니 두드러기가 나고 얼굴도 뒤집어졌다. 알로에 팩으로 진정시키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간지럽기도 하고 정말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몇 차례 하다 보니 몸이 받아들이더라"며 웃었다.
"분장이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잠깐이라도 촬영을 쉬면 분장을 지웠다가 다시 했어요. 학교에는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숙소를 왔다 갔다 해야만 했죠."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겁이 났다. 두드러기가 난 얼굴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날까 봐 두려워서다. "화장도 못 했다. 감독님에게 눈썹 뷰어만 하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입술만이라도 발라서 생기 있게 보이고 싶다고 꼼수도 부렸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속은 건 춘추복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사람이 너무 추우면 머리가 멍해지잖아요. 너무 추워서 대사를 까먹기도 했어요. 새로운 경험이죠. 인간의 한계에 부딪히는 기분이었어요. 만날 몸살에 걸려 있었거든요. 촬영 끝나고 숙소로 가서 난방을 최고로 올려놓고 몸을 지졌죠. 한 시간을 녹여도 몸이 다 안 녹았어요. 아침부터 사흘 밤을 새우고 하루 쉬고…. 참 알찬 촬영이죠?"
강원도 횡성에서 스타킹 두 개, 몸 구석구석 붙인 핫 팩으로 추위를 견뎌냈다. 강하늘과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트럭 위에 자전거를 올려놓고 쌩쌩 달렸다. "시속 20㎞는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소은은 분장과 추위 말고도 폭력도 견뎌내야 했다.
"한혜린 언니에게 맞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서로 짜놓은 합이 없었어요. 방심하고 있다가 실제로 너무 무서워서 얼어버렸어요. 언니가 문을 박차고 씩씩거리며 걸어올 때 느끼는 공포감이란…. 동공이 커지고 눈알이 왔다 갔다 한 건 연기가 아니었어요. 언니가 머리를 끌고 갈 때도 피할 수 없었죠."
김소은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돼보니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맞고, 식판으로 또 맞고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밥도 못 먹겠더라. 눈물이 계속 났다. 그날은 내 주위에 아무도 못 오게 했다. 정말 다 꼴도 보기 싫었다"는 마음이다.
첫 공포영화다. "촬영할 때 이상 징조가 많았어요. 스태프 한 명은 귀신에 빙의돼 엘리베이터 앞에서 계속 이상한 말을 하기도 했고요. 저도 일주일 동안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잠을 못 잤죠. 김정태 선배님도 귀신의 기운을 경험했고요. 저희 영화 잘 되려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