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지면 끝인 16강 토너먼트는 골키퍼들의 무대였다.
각 팀 골키퍼들은 선방쇼를 펼치며 16강 외나무 다리 승부를 뜨겁게 달궜다.
2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치 노바에서 열린 벨기에와 미국의 경기를 끝으로 16강전 8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전·후반 90분 동안 총 미국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벨기에는 연장에서만 2골을 몰아친 끝에 2-1로 누르고 가까스로 마지막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벨기에는 전후반 90분 동안 총 38차례의 슈팅을 퍼붓고도 미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정적인 슈팅까지 수문장 팀 하워드(35·에버턴)의 선방에 막히면서 승부를 일찍 끝내지 못했다.
하워드는 27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딱 2개 만을 골문 안쪽으로 허용했다. 무려 16개를 세이브해냈다. 적어도 92분까지 철벽 방어를 선보이며 미국에 8강 희망을 안겨줬다. 경기 후 '맨오브더매치(MOM)'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번 대회 16강전은 8경기 가운데 5명의 MOM이 골키퍼에서 나왔다. 골키퍼끼리의 전쟁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가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 무승부로 이끌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16강전 골키퍼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브라질의 베테랑 골키퍼인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FC)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둔 칠레와의 16강전에서 두 차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브라질을 8강으로 이끌었다.
골키퍼 사이의 MOM 두 번째 주인공은 멕시코의 오초아였다.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허용하며 1-2로 졌지만 마지막 골은 페널티킥 골이었다. 그는 네덜란드가 시도한 8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5개를 세이브하며 62.5%의 세이브율로 MOM을 차지했다.
코스타리카에 사상 첫 8강 진출을 선물한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는 120분 동안 24개의 그리스 슈팅을 막아냈다. 그 중 13개는 유효슈팅이었고 7개는 골키퍼의 능력으로 막아낸 세이브였다.
그는 그리스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인 테오파니스 게카스(34·아크히사르 벨레디예스포르)의 슈팅을 막아내 승리의 주역이 됐다. 골키퍼 MOM 세 번째로 기록됐다.
'전차 군단' 독일을 상대로 90분 동안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알제리의 라이스 음보리(28·CSKA소피아)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연장에만 2골을 내주면서 1-2로 지기는 했지만 알제리가 90분까지 대등한 흐름으로 이끌 수 있던 것은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그의 능력 덕분이었다.
이토록 골키퍼들의 눈부신 선방이 잇따르면서 이번 대회 16강전은 여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8경기 가운데 5경기가 연장에서 승부가 갈린 것은 모두 수문장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